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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홈쇼핑③] 중장년층에서 MZ세대로 눈 돌린 홈쇼핑 전략은

이안나
TV홈쇼핑 업체들이 ‘자릿세’ 개념으로 유료방송에 내는 송출수수료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방송매출 절반 이상을 넘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모바일 기반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점찍고 e커머스·SNS와 함께 맞붙고 있지만 명확한 규제가 없어 혼란스럽다. 모바일 경쟁에선 주 고객이던 중장년층 외 젊은층 확보도 중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업계가 처한 위기와 대응 전략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진=롯데홈쇼핑
사진=롯데홈쇼핑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는 모바일 쇼핑이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홈쇼핑 기업들은 TV를 통한 고정 수요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해 모바일 사업도 강화해야 한다.

올해 소비심리 개선에 따라 온라인쇼핑이 보복소비 수혜를 입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사상 처음 16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1조4346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31.6% 증가했다. 총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비중은 71.2%에 달한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유튜브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TV 시청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 활성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는 홈쇼핑 기업들 위기감을 키웠다. TV홈쇼핑 산업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MZ세대가 이용하는 온라인쇼핑 시장엔 거대 e커머스나 SNS업체들이 세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홈쇼핑 업체들도 모바일 사업 강화에 전력투구 중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7개 홈쇼핑 업체 방송 취급고 비중은 2016년 50.8%에서 2017년 48.9%, 2018년 47%, 2019년 46.3%로 지속 줄고 있다.

다만 TV홈쇼핑의 경우 중장년층 중심으로 고정 수요가 탄탄하다. 아직까지 모바일 매출엔 순수 모바일 쇼핑보다 TV광고를 통해 유입된 비중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TV홈쇼핑 시청자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결제하면 추가 할인·적립 등을 더해주는 식이다.

이를 두고 유료방송 업계 및 정부에선 방송매출 기반으로 이뤄지는 송출수수료 및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트래픽·이용행태를 늘리기 위해 TV 시청자들을 모바일로 이동하게 하는 노력 중 하나라고 반박한다.
사진=한국TV홈쇼핑협회
사진=한국TV홈쇼핑협회
홈쇼핑 업계는 고정 수요가 존재하는 TV와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야 하는 모바일 사업 모두 중요도가 높은 상황인 셈이다. TV와 모바일 주 소비층 연령대도 확연히 차이난다. 홈쇼핑은 TV 상품군을 확대하면서도 MZ세대까지 붙잡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등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집중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과 모바일 구매 연령층이 차이나다보니 상품군이나 판매 전략에서도 차이가 난다”며 “TV의 경우 가전·가구 등 인테리어 관련 용품도 많고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데 신경쓴다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는 SNS에서 인기를 끌거나 하는 트렌디한 상품들을 주로 취급하고 재미·솔직함 등 콘텐츠 자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해 홈쇼핑 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대기업 홈쇼핑이 계열사들과 협업해 활동영역을 늘리는 한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들도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시작하며 MZ세대 눈길을 끌기 위해 움직인다.

GS홈쇼핑은 지난 1일 GS리테일과 합병하며 통합GS리테일로 새롭게 출범했다.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는 한편 GS샵 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 힘을 싣기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M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11월 말 싸이월드 내 쇼핑 채널을 오픈해 메타버스 커머스에 도전한다.

CJ ENM 커머스 부문은 지난 4월 ‘CJ온스타일’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e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 전문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사업 중심축을 TV에서 모바일로 바꾼 것. 모바일 앱 전면에 ‘라이브쇼’를 배치하고 방송 시간을 늘리는 한편 모바일 앱에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했다.
사진=CJ온스타일
사진=CJ온스타일
TV홈쇼핑 고객들의 자연스로운 모바일 이동을 위한 서비스들도 눈에 띈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시청자들이 생방송 중 모바일로 궁금증을 올리면 전문 상담원(톡PD)이 실시간 소통하는 ‘라이브톡’ 기능을 강화했다. 롯데홈쇼핑은 쇼호스트 공개채용 중 시청자들이 모바일로 직접 투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VR·AR 도입한 방송편성 비중을 늘려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90년대 스타들을 ‘라방’ 판매자로 소환해 중장년층과 MZ세대를 함께 공략한 것도 한 사례다.

방송경험·상품 소싱 능력이 뛰어난 홈쇼핑도 우선은 MZ세대들의 주목도를 끄는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0월 120억을 투자한 뷰티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디퍼런트밀리언즈(이하 디밀)와 협력에 나섰다. 공동 개발한 뷰티 상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디밀 소속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마케팅도 확대한다. NS홈쇼핑도 쇼핑호스트와 SNS인플루언서들로 ‘n라방’을 구성해 방송을 진행 중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확대에 집중하면서 고정 고객이 있는 TV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네이버·카카오 등은 플랫폼, 즉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역량이 강한 반면 홈쇼핑은 방송사업 노하우나 상품 소싱에 역량을 갖고 있어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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