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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형 방송사고 MBC…결국 머리숙인 박성제 사장

채수웅

MBC 방송 화면 갈무리
MBC 방송 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부적절한 자막 및 자료화면으로 전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MBC가 또 한번 사과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26일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때 그래픽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 화면을 내보냈다. 또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이탈리아에는 피자,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를 소개 화면으로 사용했다.

아이티 소개에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 마셜제도에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자막으로 외교적 결례 수준의 사고를 쳤다. 이밖에도 여러 나라 소개에서 어울리지 않는 화면 및 자막으로 질타를 받았다. 노르웨이는 연어, 일본은 초밥, 터키 아이스크림 사진 등을 넣어 수준이하라는 비판도 받았다.

MBC 방송 화면 갈무리
MBC 방송 화면 갈무리
곧바로 논란이 되자 MBC는 개회식 말기에 아나운서가 1차로 사과를 하고 다음날인 24일에는 사과 입장문을 냈다.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 하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해외로 확산됐다. 미국 CNN, 폭스뉴스, ESPN을 비롯해 영국 가디언, 호주 해럴드선, 캐나다 토론토선 등 다수의 해외 매체에서 이 논란을 다뤘다.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MBC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 루마니아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에 대해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조롱하는 듯한 자막으로 또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박성제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박 사장은 기자회견 도중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CNN 화면 갈무리
CNN 화면 갈무리
이날 박 사장은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은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 때도 일부 국가를 소개하며 부적절한 문구를 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채수웅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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