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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vs쿠팡 ‘속도경쟁’, 풀필먼트 서비스 특징은?

이안나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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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효율성'· 네이버 '다양성'…판매자들 선택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e커머스 업계 1·2위인 네이버와 쿠팡은 각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빠른 배송’이 자리 잡은 영향이다. 쿠팡이 ‘효율성’을 앞세운 제트배송을 먼저 시행했고 이달 풀필먼트 플랫폼 NFA를 선보인 네이버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26일 네이버와 쿠팡에 따르면 양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한다. 풀필먼트는 쉽게 말해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다. 물류 전문업체가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배송, 보관, 포장, 환불·교환 등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판매자들은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송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 쿠팡 ‘로켓배송’ 역량으로 입점업체 물류 서비스 대행=‘로켓배송’으로 급성장한 쿠팡은 지난해 7월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입점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트배송(로켓제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쿠팡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고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판매자가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를 쿠팡이 매입한다. 정산을 할 땐 이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지급한다. 쿠팡이 포장·배송·고객서비스(CS)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로 알려진 10% 내외보단 비쌀 수밖에 없다.

언뜻 보면 로켓배송과 유사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로켓배송에선 쿠팡이 물건을 직매입해 남은 재고까지 떠안는다. 반면 제트배송에선 쿠팡이 매입하긴 하지만 일정 기간 상품이 판매가 안 됐을 때 판매자에게 물건을 반품한다. 대신 로켓배송에선 상품이 오롯이 쿠팡 소유인만큼 가격까지도 모두 쿠팡이 결정하지만 제트배송에선 판매자 권한이 있다. 가격과 할인율, 프로모션 진행 여부를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일부 재고부담은 있지만 쿠팡이 직접 포장·배송·CS를 맡기 때문에 판매자 효율성이 높아진다.

쿠팡은 “쿠팡에 입점하는 판매자는 필요에 따라 쿠팡 마켓플레이스와 로켓배송, 제트배송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네이버, ‘맞춤형’ 풀필먼트…다양성으로 차별화=쿠팡이 로켓배송과 제트배송으로 자체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네이버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로켓배송=쿠팡’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공고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차별화 전략으로 택한 방법은 다양성이다. 네이버는 지난 13일 소상공인 중심 데이터 풀필먼트 플랫폼 NFA를 선보였다.

NFA는 동대문 의류 전문부터 냉동/냉장 특화 풀필먼트까지 다양한 스타트업 및 플레이어들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연결하기 위해 네이버가 구축한 기술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데이터 분석, 사업자별 물류 수요예측 등 기능들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는 없고 판매자는 각 물류센터 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게 된다.

네이버가 주목한 것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원하는 배송의 특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생필품·신선식품 등은 배송이 빠를수록 좋지만 가전·가구들은 판매자가 원하는 날 배송할 수 있는 ‘지정일 배송’ 기능이 더 필요하다. 동대문 패션과 관련해선 유행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만큼 신속함에 더해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업체가 필요하다. NFA에는 현재 7개 풀필먼트 업체(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가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NFA 플랫폼 장점은 판매자가 다양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한눈에 비교해보고 사업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정보 접근성이 부족했거나 기존 판매 단가나 물량 등 이유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했던 판매자들의 고민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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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질 판매자 유치 경쟁…‘온디맨드’ 물류 승부=네이버와 쿠팡이 각각 제트배송과 NFA를 선보이며 동일하게 언급한 단어는 ‘온디맨드’다. 고객 수요에 따라 판매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배송 시스템을 운영해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판매자들은 여러 e커머스 플랫폼에 동시 입점한 경우가 대다수다. 중소상공인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판매자들의 비교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판매자들은 ‘자금’에 가장 민감한 만큼 서비스 비용뿐 아니라 정산 기간 등을 종합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산 과정에서 유리한 건 네이버다. 네이버는 4일만에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친판매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최대 50일까지 소요 된다.

쿠팡의 경우 효율성이 최대 강점이다. 로켓프레시·로켓배송 등 빠른 배송부터 다른 도착일·시간 설정할 수 있는 기능까지 지속해서 추가하고 있다. 여러 풀필먼트 업체를 모아 플랫폼 역할을 하는 네이버와 달리 실상 물류 기업으로 불리는 쿠팡은 회사가 직접 그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자들이 적합한 물류방식을 찾기 전에 쿠팡이 먼저 솔루션을 제공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효율성, 네이버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플랫폼 전략이 판매자 페이지 구축, 정산, 결제, 풀필먼트 서비스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쿠팡은 효율성을 무기로 대량 주문이나 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생필품 카테고리에서 강점이 있다면 네이버는 판매자·상품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맞춤형 물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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