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랜선인싸] 독학영어로 ‘찐’ 한국어 알려주는 틱톡커 ‘시찬오빠’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풍경을 바라보며 “대박! 경치 죽인다”라고 말하거나 무엇을 먹을지 묻는 말에 “아무거나”라고 답하는 외국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최신 영화에 대해 “꿀잼”이라고 표현하거나 그들이 “BTS 박지민 팬이에요”라고 말할 때 ‘팍(Park)’이 아닌 ‘박(Bak)’으로 발음하는 모습을 본다면?

국내 문화,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크고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라 느끼게 될 터다. 국내 사람들이 쓰는 일상생활 용어를 외국인들이 스스로 체득하기 위해선 실제 몇 년을 한국에서 거주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젠 ‘랜선’으로도 알짜배기 문장과 한국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 글로벌 숏폼(짧은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찬오빠(shichanoppa)’ 덕분이다.

시찬오빠(본명 유시찬)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어 표현과 문화 등을 영어로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다. 실제 75만여명 구독자 중 대다수가 외국인이다. 특징은 본인 역시 영어를 혼자 공부해 습득했다는 점.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30대 초반이 된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꾸준히 영어를 듣고 따라하며 익혀왔다. 그는 “일상 문장을 선정할 땐 외국어를 처음 공부한다 가정한다면 어떤 게 궁금할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를 가정하고 영어를 공부해왔기에 ‘역지사지’에 능숙한 셈이다.

그가 올린 콘텐츠들은 20초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들이다. 그러나 정형화된 틀은 없고 영상마다 주제, 표현 방식들이 다양하다. 전달할 메시지를 선정한 후 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표현할지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누적된 영상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데이트 신청에 번번이 거절당하는 상황극을 통해 ‘오늘·내일·모레’ 개념을 전달하고, 주고받는 대화를 연습할 수 있는 듀엣 방식이나 상황 묘사를 위해 한국 도로·풍경·날씨를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주목도가 높은 건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BTS를 소재로 활용했을 때다. 가령 BTS 슈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댓글로 남기면 그중 50개 가량을 선정해 한국어로 번역해 알려준다고 했을 때 1000여개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인기 콘텐츠가 연예인 소재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시찬오빠가 잠 안오는 새벽 구독자들에게 보낸 감사 음성편지(?)나 한국 나이 계산법, 한국어 발음 팁에 대한 영상도 그에 못지 않은 조회수와 댓글들이 달렸다.

엄연히 보면 시찬오빠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널리 알리는 사람은 아니다. 이미 한국어를 배우고 싶고 문화에 관심 가진 외국인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에 더 가깝다. 시찬오빠 콘텐츠를 통해 외국인들도 비로소 한국에 대한 애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사람들 역시 한국에 관심 많은 외국인이 많다는 걸 이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배운 것은 남줄 때 가장 가치 있다고 한다. 시찬오빠는 스스로 배운 것을 남주며 언어를 진정한 자기 실력으로 만들어감은 물론 지속해서 가치를 창출해가고 있다.
다음은 틱톡커 시찬오빠와의 일문일답.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어 관련 틱톡 영상들을 올리고 있는 틱톡커, 유시찬이라고 합니다. 크리에이터로 처음 시작했던 플랫폼은 페이스북이었는데요. 6년 전 우연히 영어 공부법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틱톡은 청소년, 청년 등 젊은 층들이 많이 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짧고 재미있는 것 같아 시작하게 됐어요.

Q. 어떤 방법으로 혼자 영어를 공부했나요?

영어는 독학으로 고등학교 2학년 끝날 때쯤 때부터 공부했는데요. 제가 미국에서 갓 태어난 아기라 생각하고 CNN, 프렌즈, 할리우드 영화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오바마 연설문이나 TED 강연 등을 총 12년, 1만 시간 이상 듣고, 따라하고, 제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꾸준히 익혀나갔어요.

Q. 본인 채널의 매력,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의 매력은 쉽게 가르치는 능력, 그리고 외국어(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보았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 학습자가 겪는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어 영어에 모두 유창하다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Q.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팬들을 위한 콘텐츠 기획에서의 고려하는 요소는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가, 한국의 좋은 점을 보여줄수 있는가에 대해서 우선 생각합니다. 또 그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궁금증, 한국에서 주로 하고 싶은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겠다 생각하고 기획을 하는 것 같아요.

Q. 틱톡 활동이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틱톡에서 얻는 수익은 아직 많지 않아요. 라이브 방송을 통해 후원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금액은 총 10시간 방송한 것을 합쳐 30만 원이 되지 않고, 아직은 틱톡에서 광고 수익을 받아본 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저는 교육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에 대해 소개하고, 제가 만든 강의나 과외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수익을 조금씩 얻고 있어요.

Q.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거나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고마워하는 팬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 기뻐요. 반면 틱톡커 활동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팔로워 대비 조회수가 안 나올 때가 많다는 점이에요. 그것 때문에 고민하다가 틱톡을 최근 3개월 정도는 쉰 것 같아요.

Q. 향후 계획이나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영어 공부를 평생 할 생각입니다. 또한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는 온라인 강의나, 다양한 플랫폼, 상품의 확장으로 한국어를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싶어요.

Q. 크리에이터들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크리에이터를 하면 편하게 먹고 살 수 있겠지 하는 분들을 종종 주변에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크리에이터도 다른 어느 직업과 같이 전문성과 많은 연습량이 요구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시작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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