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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기 위해 게임한다"…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낸 'play to earn' 열풍

박현영

출처= 엑시인피니티 트위터(Axie Infinity Twitter)
출처= 엑시인피니티 트위터(Axie Infinity Twitter)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들이 이용자 수를 늘려가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열풍이 세계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시작으로 커진 ‘플레이 투 언’ 열풍이 스플린터랜드, 게이미파이, 크립토블레이드 등 다른 게임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개발도상국 국민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낸 ‘플레이 투 언’…NFT 팔아 생활비로 쓴다

‘플레이 투 언’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게임 내 활동으로 NFT를 얻고, 이를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NFT는 보통 이더리움(ETH) 같은 가상자산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면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블록체인 기술이다. 우선 사용자들이 NFT를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NFT 하나 하나가 고유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처럼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토큰 1개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이 같은 특징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된다.

NFT의 소유권 및 거래기록도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다. 내가 획득한 NFT가 처음엔 얼마였는지, 이후 얼마에 팔렸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며 소유권을 증명하기도 용이하다. 이 같은 특징을 통해 NFT를 더 높은 가격에 되팔면서 사용자들은 수익을 내게 된다.

또한 게임 내에는 NFT뿐 아니라 일반 가상자산도 쓰인다. 예를 들어 엑시인피니티에는 SLP나 AXS 같은 토큰이 존재하며, 해당 토큰들은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 상장돼있다. 일일 퀘스트를 깨거나 배틀에서 이기는 등 게임 내 활동으로 SLP를 벌수 있도록 토큰이코노미도 구축돼있다. 이를 현금화하면 역시 생활비로도 사용 가능하다.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인기…팬데믹 극복에 쓰여

이처럼 게임 내에서 번 돈을 생활비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 투 언’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더 활발히 번지고 있다.

엑시 인피니티 측은 “매일 35만명의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엑시 인피니티는 필리핀, 베트남 이용자가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릴 리(Beryl Li) 일드길드게임스(Yield Guild Games) 공동창업자는 코인데스크에 “‘플레이 투 언’ 현상은 이용자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게임 참여만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세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플레이 투 언’ 열풍이 크게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게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NFT의 평균 가격도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즉, 초기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에 NFT 대출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개발도상국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일드길드게임스는 NFT를 무담보로 대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릴 리 창업자는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플레이 투 언’ 게임은 그들이 처한 재정 상황을 극복하고, 큰 돈을 벌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엑시 인피니티로 벌 수 있는 돈이 평균 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플레이 투 언’에 부합하는 게임 종류도 많아지는 추세다. 엑시 인피니티가 가장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스플린터랜드, 크립토블레이드 등 다른 블록체인 게임들도 필리핀 사용자들을 위한 가이드문서가 따로 나오는 등 개발도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플레이 투 언, 우리나라서도 가능할까…“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그렇다면 세계적 현상이 된 ‘플레이 투 언’은 우리나라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해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플레이 투 언’의 확산이 불투명하다.

그동안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내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행위와 관련해 사행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NFT를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게임산업법 상 등급분류 거부 사유로 삼고, NFT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에는 등급분류를 거부해왔다.

지난달에는 ‘플레이 투 언’ 현상을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지난달 열린 블록체인 게임 토론회에서 송석형 게임위 등급서비스 팀장은 ‘플레이 투 언’ 현상을 언급했다.

송 팀장은 “게임은 좋은 아이템을 얻는 과정이 성취감을 얻게 한다”며 “NFT 아이템을 현금화함으로써 ‘플레이 투 언’이 된다면 성취감과 협동심은 희미해지고, 이용자들은 게임 아이템을 어떻게 재산상 이익으로 극대화할 것인지만 고민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즐기고 경쟁하는 게임에서 ‘플레이 투 언’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려면 게임산업법 상 게임물의 정의, 등급분류 조항들을 뛰어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등급분류 관련 소송에 그칠 게 아니라 업계, 학계, 기관, 법조계 관점에서 체계적인 담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 분류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플레이 투 언’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플레이 투 언’의 주축인 게임 내 NFT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도 논의돼야 한다. 만약 해당한다면 NFT를 거래하는 게임 내 마켓플레이스 등은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에도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현재 뚜렷한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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