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DD's톡] 3사 3색 물리보안 기업, 실적 관전포인트···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물리보안 기업들이 적극적인 디지털전환(DX)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출입·출동보안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에스원을 비롯해 ADT캡스, KT텔레캅으로 대표되는 국내 물리보안 3사는 2021년 상반기 안정적인 매출 증가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기준 에스원 4.6%, ADT캡스(SK텔레콤 반기보고서 기준) 17.8%, KT텔레캅 57.8%씩 각각 성장했다.

3개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존 사업 영역에 접목한다는 데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시설에 잠금장치 및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출입관리 및 출동경비를 제공하는 기존 사업의 틀은 유지하되 인공지능(AI)이나 생체정보인식 등을 활용하는 기술 기업으로의 면모를 키우고 있다.

◆물리보안 1위는 에스원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에스원은 물리보안 시장 1위 기업이다. 2021년 상반기 매출액 1조1430억원, 영업이익 1168억원으로 매출 2위 기업인 ADT캡스보다 58.7%가량 높다. 3위 기업인 KT텔레캅에 비해서는 357.4%나 큰 매출액을 기록했다.

에스원의 사업부문은 ▲보안시스템 서비스 ▲건물관리 서비스 ▲콜센터 서비스 및 텔레마케팅 등으로 구분된다. 핵심 사업은 보안시스템 서비스다. ‘세콤’으로 대표되는 에스원의 보안 서비스가 해당 부문이다. 전체 매출액의 73.35%를 차지한다. 전년대비 성장률은 2%다.

보다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건물관리 서비스 부문이다. 2014년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양수받은 사업으로 시설관리 중심 FM(Facility Mangement), 건물자산 운영수익 극대화 PM(Property Management) 에너지 관리 등 3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문이다. 전체 매출액의 26%를 차지하며 전년동기대비 13.2%의 성장을 이뤘다.

에스원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이 주요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비접촉 출입통제 시스템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초에 선보인 ‘히트스캔’이 대표적이다. 히트스캔은 AI를 이용해 마스크 착용 여부 검출 및 얼굴인식을 지원하는 발열감지 솔루션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유용하다.

하반기에는 물리보안과 건물관리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IoT)과 CCTV를 바탕으로 이상사태 발생 시 이를 원격에서 감지, 출동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스원에 대해, 1위 기업인 만큼 시장 방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ICT 기술을 이용하고 있지만 주요 매출은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건물관리 사업도 사업 인수 전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낮아진 상황이다.

2013년 에스원이 건물관리 사업을 인수하기 전 삼성에버랜드 시절 해당 부문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3337억원, 626억원이다. 작년 에스원 건물관리 사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5966억원, 463억원인데, 매출은 78.7%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가량 줄었다.



◆합병으로 물리-정보보안 아우르게 된 ADT캡스··· 내부 융화 이뤄내야

ADT캡스는 3개사 중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기업이다. 물리보안 기업인 ADT캡스와 정보보안 기업 SK인포섹의 통합인데, 2020년 기준 매출액 8437억원인 ADT캡스와 매출액 3146억원이던 SK인포섹이 합병함으로써 단숨에 연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ADT캡스는 상반기 7202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전년동기 6111억원에 비해 매출액이 17.8% 증가했다. 이와 같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경우 연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ADT캡스 내 정보보호 사업 부문이 된 SK인포섹은 국내 정보보안 기업 중 매출 1위 기업이었다. 동종업계 매출 2위 기업인 안랩과도 큰 격차가 있다. 다만 통합 이후에는 물리보안/정보보안으로 별도 매출액을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세부 내역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ADT캡스가 힘을 싣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와 융합보안이다. ADT캡스는 지난 6월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첫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클라우드 보안 사업 조직을 본부 단위로 격상하고 융합보안 상품기획 및 전략 기능을 담당하는 융합보안전략그룹을 신설했다.

에스원과 KT텔레캅이 보유하지 못한 정보보안 역량은 ADT캡스 만의 경쟁력이다. ADT캡스는 안랩과 운영기술/산업제어시스템(OT/ICS) 보안사업 제휴를 체결하고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표한 2020년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물리보안 시장은 7조9911억원, 정보보안 시장은 3조9074억원이다. 정보보안 시장이 물리보안보다 큰 미국, 영국, 일본 등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다만 시장 성장 속도는 정보보안이 물리보안에 비해 훨씬 빠르다. 2014년 이후 정보보안 시장은 해마다 14.5%가량 성장한 반면 물리보안 시장은 6.4%가량의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전환 흐름이 가속화됨에 따라 정보보안 시장 성장에는 속도가 붙는 중인데, 이는 곧 ADT캡스의 사업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리보안 분야에서는 스마트홈 보안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관 앞 AI 카메라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해 실시간 영상 확인, 배회자 감시 및 알림, 양방향 대화 등 기능을 지원하는 ‘캡스홈’을 필두로 스마트홈 보안 및 안전 관련 에코시스템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소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 합병으로 내부 혼란이 있다”며 “SK인포섹에 재직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이탈했다”고 전했다.

합병에 따른 진통도 다소 있는 듯한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 합병으로 내부 혼란이 있다. 합병으로 인해 직원 복지 및 처우가 나빠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SK인포섹에 재직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이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격자’ KT텔레캅, 가장 높은 성장폭 보여

3개사 중 ADT캡스가 합병으로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한 기업이라면, KT텔레캅은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기업이다. KT텔레캅의 2021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2498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57.8%라는 파격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성장의 배경에는 KT그룹의 사업 영역 재편성이 있다. KT텔레캅은 작년 KT로부터 CCTV 사업을, KT에스테이트로부터는 시설관리 사업을 이관받았다. KT그룹 내 물리보안 사업 전반을 KT텔레캅이 담당하게 되면서 KT텔레캅의 매출 규모가 커진 것이다.

KT텔레캅이 집중하는 것은 출동보안과 함께 물리보안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CCTV다. KT가 개발한 지능형 CCTV ‘기가아이즈’를 바탕으로 ‘무인 PC방’ 등 무인화 솔루션을 발굴 중이다.

CCTV의 경우 에스원, ADT캡스 역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다른 기업과의 차이라면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지능형 영상보안의 핵심 기술이다. 에스원, ADT캡스 역시 클라우드를 적극 이용 중이다. 다만 에스원과 ADT캡스는 각각 LG유플러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는 구조다. 기업간 긴밀히 협력한다지만 모기업인 KT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KT텔레캅이 운신의 폭이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과 LG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얼마나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서로 경쟁하는 사업 영역이 많은 삼성과 LG인 만큼 ‘불편한 동거’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KT그룹의 물리보안 관련 사업 전반을 KT텔레캅이 맡게되는 만큼 그에 따른 성장이 보장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조한 영업이익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상반기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1% 남짓이다. 에스원(10.2%)과 ADT캡스(7.8%)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 대비 낮은 매출 규모도 약점으로 꼽힌다. 에스원과는 4.5배, ADT캡스와도 2.8배가량 차이난다.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 물리보안 3개사의 시한폭탄될 수도

사업 성격상 공통점이 많은 물리보안 기업이라지만 다소 의외의 리스크도 공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내부거래 의존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스원의 내부거래 비율은 약 35.1%가량이다.

에스원측은 "지난 2014년 건물관리 사업을 인수할 당시 해당 사업의 고객이 삼성전자뿐이다 보니 큰 폭으로 높아졌고, 점진적으로 이를 줄여나가겠다"는 설명이다.

ADT캡스는 작년 기준 특수관계자 대상 영업수익이 522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6.1% 남짓이다. 하지만 ADT캡스와 합병한 SK인포섹의 경우 특수관계자 매출액이 1877억원으로, 자사 매출액의 59.6%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를 합산, 통합법인의 매출액 1조1584억원 중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은 2399억원으로, 20.7%가량이 됐다. ADT캡스로서는 뜻하지 않게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ADT캡스의 경우 별도 분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기준 내부거래 의존도는 확인이 어렵다.

KT텔레캅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올해 상반기 KT텔레캅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거둬들인 영업수익은 778억원가량으로, 전체의 31.1%가량이다. 이는 전년동기 9.6%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KT텔레캅의 내부거래 비율이 높아진 것은 에스원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KT텔레캅 관계자는 “KT에스테이트로부터 이관받은 시설관리 사업이 KT 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내부거래 비율이 높아졌다. 앞으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다른 고객사례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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