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오로스테크놀로지, 반도체 계측장비 국산화…"美 KLA 독점 깼다"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중간점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다.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아 이를 정확히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더욱 강조되는 분야다. 불화아르곤(ArF) 극자외선(EUV) 등 도입으로 노광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잘못된 부분을 잡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추세다.

노광 후에는 ▲오정렬 측정 ▲패턴 선폭 측정 ▲결함 검사 등을 진행한다. 관련 장비는 미국 KLA,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정렬 측정 기기를 국산화한 업체가 있다. 주인공은 오로스테크놀로지다.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오로스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소재 및 장비업체 에프에스티 자회사다. 현재 현대정보기술, 나노메트릭스 등에서 연구원으로 지낸 이준우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오로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2011년 오버레이 계측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등과 공동 평가를 진행하며 장비 성능을 지속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주력제품인 오버레이 계측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위 물질이 회로 패턴에 따라 적층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위치 오류를 보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노광 공정에서 웨이퍼 위에 수많은 패턴이 액자를 나열한 것처럼 새겨진다. 패턴마다 칩 하나다. 패턴과 패턴 사이에 빈 공간을 스크라이브 라인이라 부르는데 여기에 마크도 동시에 새긴다. 마크는 노광 정렬도를 읽기 위해 고안된 고유의 디자인으로 설계된 키다. 액자 틀에 QR 코드를 새겨놓은 셈이다. 통상 마크는 5~6개 종류가 있다.

오버레이 계측장비는 마크를 보고 패턴의 수직 정렬 오류를 잡아낸다. 광학계로 얻은 이미지를 통해 특정 수치값을 산출해 오정렬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가령 ‘3나노미터(nm) 어긋났다’는 피드백을 주면 다시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노광기로 패턴을 수정한다. 광학계의 해상력과 정밀도는 물론 속도, 램프 수명 등이 핵심 요소다.
마크 예시(왼쪽)와 오버레이 계측장비 'OL-900n'
마크 예시(왼쪽)와 오버레이 계측장비 'OL-900n'
오버레이 계측장비는 크게 IBO(Image Based Overlay)와 DBO(Diffraction Based Overlay) 나뉜다. IBO는 상하부 레이어 패턴이 겹치지 않게 특수 디자인된 오버레이 키를 활용한다. 각 패턴 중심으로 계산한 뒤 중심 값 차이를 이용해 오정렬을 계측한다. DBO는 상하부 레이어 간 특정 패턴이 겹치는 오버레이 키를 사용한다. 회절 현상에 의한 레이어 간 오정렬을 유추해 계측한다. IBO는 KLA와 오로스테크놀로지, DBO는 ASML이 쓴다. 전체 비율 8대2다. DBO는 느린 대신 더 정밀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선폭이 좁아지는 D램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IBO에서는 KLA이 독점하다가 오로스테크놀로지 진입으로 10% 내외 점유율을 내줬다. 오로스테크놀로지는 유사한 성능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EUV 공정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로스테크놀로지 주요 고객사는 SK하이닉스다. 2017년 SK하이닉스가 선정한 ‘기술혁신기업’에 선정됐고 내부 비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로스테크놀로지를 통해 KLA 의존도를 낮춘 셈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로스테크놀로지 매출의 90%가 SK하이닉스로 특정 업체 비중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오로스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대만 반도체 기업으로 매출처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계측장비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12인치에서 8인치 웨이퍼도 대응하고, 전공정에 이어 후공정 제품으로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용 오버레이 계측장비를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TSV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나노종합기술원에는 8인치 오버레이 계측장비 ‘OL-100n’를 공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호황에 발맞춰 향후 8인치 패키징 전용 장비 등도 출시 예정이다.

오로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많은 부분에서 준비하고 있다. 국내는 경기 이천, 충북 청주에 사이트를 두고 중국에 중화 법인을 세웠다”며 “웨이퍼 오버레이 계측, 패키징 오버레이 계측 등 장비를 갖췄고 주요국 고객사의 공정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로스테크놀로지는 2021년 상반기 매출 303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이미 2020년 연간실적(17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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