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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테슬라도 쓴다"…대보마그네틱, 日 제치고 탈철기 시장 장악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이 확대할수록 물량은 물론 고객사까지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전자석탈철기(EMF)를 주력으로 하는 대보마그네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보마그네틱은 이준각 대표가 1976년 설립한 회사다. 1991년 비철금속 선별기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각종 폐기물에서 철과 비철, 플라스틱, 유리 등을 고속 회전하는 자성 드럼을 통해 이들을 분류하는 기계다.

이후 오랜 기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철을 걸러내는 ‘탈철’ 기술을 확보했다. 2006년 일본이 독점하던 EMF 개발에 성공하면서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는 이준각 대표와 이상익 대표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만난 이상익 대표는 “탈철기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키울 수 있는 사업이다. 대보마그네틱은 안정기에 진입했다”며 “배터리나 소재 대비 마진이 높아 수익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EMF는 전류가 흐르면 자기화되고 전류를 끊으면 자기화되지 않는 전자석을 활용한다.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 및 음극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철금속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양극재 원료 전구체를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등과 소성하기 전에 사용된다. 소성은 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이다.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도 EMF가 쓰인다. 소재를 혼합시키는 믹싱 공정에서 탈철이 진행된다. 니켈 코발트 등과 섞인 철 성분을 추출해야 해서 난도가 높다.

이 대표는 “배터리 또는 소재 순도를 높여 폭발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 EMF 사용 이유”라며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는데 각각 소재 업체, 셀 업체에서 사용한다. 완성차업체나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등도 장비를 구매한다”고 이야기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SDI·LG화학·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중국 CATL BYD, 벨기에 유미코아 등을 두고 있다.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도 대보마그네틱 EMF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EMF 시장은 일본 NMI가 주도했다. 사실상 독점 체제였다. 대보마그네틱은 후발주자지만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NMI 대비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 등을 앞세워 몸집을 키웠고 현재는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도 7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11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NMI보다 빠르고 맞춤형 대응으로 고객사 신뢰를 얻었다”면서 “EMF 평균 가격은 5000만원 내외로 월 80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말까지 120대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MF는 배터리 관련 공장에서 필수적인 만큼 글로벌 증설 추세가 대보마그네틱에 긍정적이다. 공사 마무리 시점에 투입된다. 다만 매출에서 EMF 비중이 60~70%라는 부분이 걸림돌이다. 증설 러시가 끝나면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보마그네틱은 배터리 소재 임가공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과 EMF 테스트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소재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고 언급했다.

대보마그네틱은 작년 소재 탈철 전용라인을 구축했다. 수산화리튬 등 30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투자를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51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앞서 61억원 규모 배터리 소재 임가공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사업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광산 업체, 메이저 리튬 회사 등과 협업하고 있다. 소재 사업도 EMF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보마그네틱은 2021년 상반기 매출 78억5000만원, 영업이익 17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43.8%과 678.9% 증가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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