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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뉴노멀-下] e커머스와 경쟁 위한 ‘단골 고객’ 확보 전략은

이안나

- 라이브커머스·메타버스 활용…그룹사 시너지도 적극 확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홈쇼핑 위기는 성역 없는 생존경쟁에서 비롯된다. 소비자 탈(脫)TV화와 폭발적인 모바일 쇼핑 증가세로 홈쇼핑 업체들은 이제 그들만의 경쟁에서 벗어나 종합·전문 e커머스 기업들과도 맞붙어야 한다. 단순히 사업 비중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신사업모델 개발이라는 숙제에 직면한 셈이다.

24일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고유 색깔을 갖춰 수요층을 넓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까지 모바일 쇼핑앱으로서 홈쇼핑 존재는 미미한 편이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 10~30대가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에선 홈쇼핑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40~50대가 즐겨찾는 쇼핑 앱 중 홈앤쇼핑·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 등이 중하위권에 머무는데 그쳤다.

기존 TV홈쇼핑에선 채널을 돌리다 방송을 시청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재핑’ 효과에 의지하는 힘이 컸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앱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접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을 ‘단골 고객’으로서 유치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적극 투자하거나 계열사 시너지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유입 동기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월 TV홈쇼핑과 인터넷몰, T커머스 등 기존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채널 경계를 허물고 ‘라이브 취향 쇼핑플랫폼’으로 도약한다고 발표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 모바일라이브팀을 사업부로 승격, 콘텐츠 제작팀을 디지털(가전)·식품, 리빙, 패션뷰티로 세분화했다. CJ온스타일은 모든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전담 PD들이 배치됐다. 한 명의 PD가 여러 방송을 살펴보는 플랫폼 기업 라이브방송과 상이한 지점이다.

기존 확보된 전문 방송인력 TV쇼호스트들도 모바일 ‘라방’으로 진출해 방송을 진행한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TV방송 수준으로 사전 심의교육을 받은 쇼호스들이 출연해 방송사고 위험을 낮추고 전문성·신뢰성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GS샵은 지난 7월 통합GS리테일에 합병됐다.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강화한다는 흐름은 CJ온스타일과 유사하지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온·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GS리테일은 통합 플랫폼 ‘마켓포’ 정식 론칭을 준비, 요기요 인수로 퀵커머스 시장 진출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GS샵 입장에선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최근엔 GS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내고 있다. GS건설이 유튜브로 모델하우스를 소개하면 GS샵이 라이브커머스로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GS샵 관계자는 “GS리테일 통합 상품 판매, 그룹사 연계 방송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확장성이 많기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은 꾸준히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롯데홈쇼핑은 올 하반기 모바일TV와 연계한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선보인다. 고객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7월 메타버스 관련 기술·서비스를 담당하는 ‘메타버스 전담팀’을 꾸리고 최근 기술 고도화를 위해 카이스트, 시각 특수효과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자체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를 '가상 쇼호스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라이브커머스 채널 ‘엘라이브’ 시청자층도 20대~40대 초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도 계열사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 정기 휴점일에 매장에서 10시간 동안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 바 있다. 2018년부터 쇼핑라이브 코너를 운영해온 결과 매출 규모는 2019년 50억원에서 지난해 285억원으로 5배 이상 커졌다. NS홈쇼핑은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을 위해 종합식품회사로 변화한다. 최근 전북 익산에 ‘하림푸드 콤플렉스’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식품 연구개발(R&D) 및 식품 제조, 첨단 물류까지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소비자를 TV 외에 모바일 앱으로 유입하도록 만드는 과제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고정 수요를 확보하느냐다. 네이버 검색비교 사이트를 살펴보면 홈쇼핑 온라인몰들은 상품 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여러 쇼핑 앱 사이에서 굳이 홈쇼핑 앱을 이용할 이유를 만들고 ‘록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그룹사 연계 활동이 어려운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유입 및 단골 고객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홈앤쇼핑은 TV에만 한정돼 있던 고객을 모바일 앱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파격적 혜택인 10% 즉시 할인과 10% 적립금을 지급하는 ‘텐텐’ 전략을 앞세웠다. 그결과 설립 5년만에 취급액 2조원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8개월 수장 공석으로 이렇다할 활동을 펼치지 못한 공영쇼핑도 지난 9일 조성호 대표를 선임하면서 체제 정비 중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공급자 입장에서 플랫폼을 만들면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면 안되고 다른 G마켓·쿠팡 등이 더 저렴한데도 홈쇼핑 앱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진성 고객들이 머물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상품 구매 시 유효기간 있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TV와 모바일 등 채널 장벽을 넘어 어디서든 특정 브랜드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등이 모두 브랜드 파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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