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계단 남은 ‘누리호’, 실패라 말할 수 없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5시 우주로 비상했다. 완전히 독자적인 국내 기술로 이뤄진 누리호는 '우주까지 새 세상을 개척한다'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열었다. 염원에 보답하듯 누리호는 1단, 페어링(위성 덮개), 2단 분리 등 모든 비행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3단 로켓이 46초 일찍 꺼진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마지막 부분인 더미 위성이 700km 고도까지 올랐으나 목표 속도인 7.5km/s에 다다르지 못해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자세한 원인 규명은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해 봐야 결론지을 수 있다"며 "연료 부족이나 엔진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누리호가 1단, 페어링, 2단 등 모든 분리 과정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사실이다. 페어링 분리는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원인이기도 했다. 이는 위성 발사의 주요 난관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09년 발사한 이산화탄소 감시 위성 '토러스XL' 역시 페어링 분리 실패로 추락했다. 이외에 우크라이나 ‘치클론’, 프랑스 ‘디아망’, 러시아 ‘프로톤’ 등이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특히 1단 부분 75t급 엔진 4개가 지난 3월 종합 연소 실험 때처럼 완벽하게 작동했다. 75t급 엔진은 사실상 누리호 프로젝트 핵심 과제였다. 엔진 4개가 동시에 점화되고 출력과 성능이 거의 같아야 해 높은 기술 수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나로호 때는 러시아 것을 들여와 조립만 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백지상태였다.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현재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한데, 한국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및 미국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우주 발사체 기술이전이 통제돼 있다. 즉 독자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국 우주개발 예산은 2020년 기준 7억2200만달러로 이웃 중국, 일본은 물론 주요 7개국 중 가장 적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달성한 성과다.
75t급 엔진 제작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 최초 액체엔진이다 보니,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어 힘들었다"며 “우주 산업은 막대한 투자와 많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엄청난 국가적 자산이 생기는 만큼 후속 사업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ASA와 협력하는 민간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X'처럼, 국내에서의 민간 주도 개발 활성화도 기대된다. 누리호 프로젝트 총사업비 2조원의 80%는 민간 업체에 투자됐다. ▲체계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구조체 부분은 두원중공업 등 ▲발사대 부분은 현대중공업 등이 맡아, 총 300여개 업체 500여명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민간 우주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이 공공 우주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민간 우주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를 실패라고 치부하는 것은 비약이다. 발사체 성능 확인을 위해 더미 위성을 700km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하는 비행 시험이었다.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도 세 번의 시도 끝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1차 발사는 개발 과정이다. 개발 과정을 가지고 성공이냐 실패냐 규정하긴 어렵다"며 "궤도 안착이라는 마지막 계단 하나가 남은 것이다. 내년 5월 2차 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 부탁드린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한편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에 나선다. 더미 위성만을 실었던 이번 발사와 달리, 2차 발사 때에는 1.3t 더미 위성과 함께 200kg가량 되는 실제 위성이 탑재돼 발사되며,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에 걸쳐 신뢰도 확보를 위한 추가 발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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