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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한국은 넷플릭스의 ‘깐부’” 치켜세웠지만…망사용료엔 “...”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치켜세우며 “한국은 넷플릭스의 ‘깐부’”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빚고 있는 망 사용료 갈등에 대해선 사실상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 딘 가필드(Dean Garfield) 정책총괄 부사장<사진>은 4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개최된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넷플릭스의 콘텐츠·인프라 정책을 설명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가필드 부사장은 “오징어게임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린 것은 ‘깐부(친한 친구)’라는 단어일 것”이라며 “이는 넷플릭스의 정신을 반영하는 단어로, 오늘날 넷플릭스가 있었던 것은 한국 창작 생태계를 구성하는 많은 ‘깐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ISP와의 망 이용대가 분쟁에 대해선 질의응답 내내 핵심을 회피하는 답변만 남겼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전 세계 ISP들에 오픈커넥트(OCA)라는 자체 CDN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망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OCA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OCA에 1조원을 투자해 개발했고, 142개국에 1만4000여개 이상 OCA를 무상 보급했다”며 “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으며,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ISP가 OCA의 혜택을 무상으로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Q.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면서 국내 ISP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인터넷 생태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네트워크는 우리 모두가 책임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 또한 이와 같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픈커넥트를 만들게 됐다. 오픈커넥트는 전세계 ISP 1000곳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2020년 한해 동안 ISP에 12억달러의 절감 효과를 낸다. 우리는 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넷플릭스에도 ISP에도 윈-윈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Q. 오징어게임의 전세계적 흥행에 따른 수익을 국내 창작자들과 나눌 계획이 있나.

A. 오징어게임 흥행에 대해 우리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시리즈를 만드는 데 함께한 많은 분들과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관련 논의하고 있다. 다만 우리 모델은 특정 콘텐츠를 볼 때마다 요금을 내는 게 아닌 구독 모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업을 운영하며 콘텐츠 성공을 다양한 파트너들과 나눌 것을 고민하겠다.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는데, 앞으로 결과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

Q. 넷플릭스는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것 아닌가. 국내 차별 아닌지.

A. 망 사용료를 해외에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ISP를 전 세계 어느 곳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ISP 파트너는 1000곳이 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상업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Q. 단도직입적으로, 넷플릭스가 국내 ISP들에게 단순히 OCA 같은 기술적 협력 말고 경제적 대가로서 망 이용대가를 낼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부 CP들은 CDN을 통해 (망 사용료를) 지출한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차원에서 우리만의 CDN인 오픈커넥트를 만들었다. 별도의 CDN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의 ISP들과도 협업함으로써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 고민할 것이다. ISP에도 넷플릭스와 고객에도 도움 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이다.

Q. 넷플릭스는 그동안 망 이용대가 대신 OCA를 통해서 ISP들의 망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디즈니나 애플의 경우 바로 그 OCA와 같은 CDN 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데.

A. 디즈니 등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넷플릭스가 결정하기론 우리에 꼭 맞는 CDN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와 영화 등 이미 촬영이 끝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가 전송하는 콘텐츠에 맞는 CDN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기업의 다른 선택에 대해 존중하는 바다.

Q. SK브로드밴드가 법적 합의를 제기한다면 넷플릭스는 받아들일 수 있는지.

A. 우리는 모든 국내 ISP들과 협력하길 원한다. SK브로드밴드도 여기에 포함되길 바란다. 좋은 관계를 맺길 바라고 상생 협력하길 희망하고 있다. SK 측과 한 자리에 앉아 논의하고 싶다. 네트워크 측면에서의 지속 혁신 그리고 한국 스토리텔링 전통을 계속 이어나길 원한다. 이 두 목적을 갖고 만나길 바라고 있다.

Q. OCA를 무상 제공한다고 했는데, ISP가 이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옵션은 없는 거냐. 어떻게 보면 ISP에 강제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A. ISP는 당연히 선택의 여지가 있다. 특정 회사가 맞다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함으로써 ISP에서 이런 선택을 하길 기다리는 입장이다. 한국에선 여러 ISP가 OCA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각 기업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LG유플러스와 KT, 그리고 SK브로드밴드도 마찬가지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다.

Q. 망 이용대가에 관해 대통령도 국회도 언급을 했는데. 진솔하게 얘기해달라.

A.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그 말씀에 전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리고 스토리텔링 창작 생태계를 한국에서 꽃피우는 데 기여하길 희망한다. 5억달러 정도를 올해만 이렇게 한국에 투자하게 됐다. 지난 5년간 80여개 이상의 한국 콘텐츠와 영화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였고 앞으로 더 확장할 것이다. 문 대통령께서 네트워크 관련 해결법을 모색해야 한다 했는데 그래서 제가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스토리텔링, 기술, 네트워크와 생태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Q.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한국 국회에서 발의되었는데. 법안이 발효되면 성실하게 준수할 건지.

A. 우리는 앞서도 얘기했듯 입법 과정을 존중한다. 그런데 미래 예측은 어렵다. 일반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각 국가 법을 존중하고 있고 법에 따라 활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법이 어떻게 입법될지 저희가 예측하긴 어려울 것 같다.

Q. SK브로드밴드 소송 과정에서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이라는 입장에 변함 없나.

A. SK 측과 해결책 함께 모색하길 기대한다. ISP 고객들이 지불하는 비용과 넷플릭스가 기여하는 가치를 어떻게 볼지 조정해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 사용자들은 전체 ISP 서비스, 즉 인터넷 가입으로 제공하는 요금의 2%만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가 협력해서 실제 ISP가 가진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될까 논의하려 한다. 직접 SK와 넷플릭스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본다.

Q.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요금 인상 가능성도 있나.

A. 법적인 결과와 요금을 전혀 별개로 생각한다. 이 두가지는 완전히 별도다. 한국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요금 인상 여부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 진출한 지 5년이 됐는데 한번도 인상은 없었다. 늘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다.

Q. 한국 법을 존중한다 했지만 넷플릭스가 예전에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절차 도중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과 배치되는 얘기 아닌가. 앞뒤가 안 맞다.

A. 우리는 한국 그리고 각국 입법 사법 절차를 존중한다. 각 국가마다 절차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해서 명확하지 못한 부분을 악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한국 절차를 존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러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법이 생길 수 없다거나 입법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존중해야 한다. 아마도 이 재판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데 그 과정을 우리가 잘 따라가게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도 상대방 입장 경청하게 될 것이다.

Q. 넷플릭스가 한국 매출 77%를 본사로 넘겨 영업이익을 낮추고 있다는 세금 회피 논란이 있는데.

A. 100% 세금을 지급하고 있고, 우리가 운영하는 각 국에서 반드시 모든 세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금 관련 각 회사들은 세금 최적화를 노력하는데 우린 장기적 사업 위해 확실하게 세금 내려 한다.

Q. OCA를 통해 지난해 12억달러를 1000개 ISP가 절감했다고 했는데, 그럼 1개 ISP당 1억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OCA만으로는 망 부담 해소가 부족한 것 아닌가.

A. 올해만 12억달러이고 이것은 최소한의 금액이다. 우리 파트너들이 더 우리와 협력하며 어떻게 하면 최신의 기술을 사용해서 네트워크의 트래픽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까 함께 노력할 수 있다 생각한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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