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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VS 변협, 단단히 꼬인 실타래…고조되는 갈등

임재현

-‘리걸테크 법정책적 과제’ 세미나 개최
-학계‧업계‧정부 한 자리 모였지만…이견만 재확인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법률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갈등을 좁히고 리걸테크(legal tech)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각계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또다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등을 돌렸다.

11일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는 ‘리걸테크를 실현하는 법률플랫폼과 변호사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로톡 갈등의 한 축인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로톡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및 학계 등이 참여했다.

이날 로톡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학계 측은 변협이 변화에 대응해 플랫폼과 상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변협이 로톡을 불법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로톡을 고발하고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기 위해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을 대의원 총회에서 통과시켰다.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하는 행위, 사전에 이익을 취하고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함 돌리기, 사무실 간판, 법률 상담 등 모든 것이 광고다. (변호사윤리장전 제31조 제4항을 언급하며) 전자적 매체 기반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헌법과 변호사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이든 네이버든 일절 금지시켜야 평등한 것 아닌가. 그런데 변협은 로톡만을 목표로 규제한다”며 “법률 플랫폼은 무조건 안 된다는 건지, 위반사항이 있어 광고를 막는 건지 확실히 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 집단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 측은 플랫폼에 따라 접근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한 없이 진입할 수 있는 플랫폼과 법 위반 혐의가 있는 플랫폼 시장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은 ▲우버‧에어비엔비 등 공유경제란 이름으로 들어와 사업자 면허와 자격을 우회하는 플랫폼 ▲로톡 등 사업자 자격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기존 법에서 중개‧알선‧유인을 금지하고 있는 산업에서 영업하는 플랫폼 ▲제한 없이 진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분했다.

박 부협회장은 “세 번째 유형 잣대로 첫 번째, 두 번째 유형을 평가하는 것이 문제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플랫폼에 민감하다. 유형별로 각기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변협 총회는 투표율 60% 이상 투표를 거쳐 440명 대의원이 선출돼 들어오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볼 수 없다. 총회 출석 대의원 기준 73%가 찬성해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 과정에서 양 측은 변호사 징계권한을 놓고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형근 교수는 정치화된 변협은 공정성을 상실했으니, 변호사 징계권한을 법무부로 넘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변협 개혁 필요성을 피력하다 “협회장을 탄핵하고, 부협회장에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무거워진 현장 분위기 속에서 박 부협회장도 지지 않고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하라고 변호사법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떻게 변호사에게 법무부와 정부, 자본에 종속되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맞받아쳤다.

정부는 갈등 해결을 강조하는 한편,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플랫폼에 성장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플랫폼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전문분야에서 크게 갈등을 빚고 있는 등 다양한 문제가 표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확산을 통한 사회적 편익 증대와 혁신 가속화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 과장은 “리걸테크처럼 이해관계 갈등이 큰 분야에 대한 해결 없이 건전한 플랫폼 구조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업계가 활발하게 성장할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로톡을 합법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변협이 변호사 징계 행위를 시작하면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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