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NFT 감별사] 잠재고객마저 반발한 하이브의 NFT, ‘BTS 효과’ 성공하려면

박현영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난 4일 하이브 사업설명회를 통해 NFT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난 4일 하이브 사업설명회를 통해 NFT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팬과 아티스트를 잇는 수단으로 통한다. 팬과 아티스트 간 소통이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그 수단으로 NFT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NFT가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만큼, NFT로 판매되는 굿즈는 모두 가치가 다르고 복제가 불가능한 한정판이다. 이 한정판 NFT를 구매하는 팬에게는 아티스트와의 소통 기회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므로 이를 영구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팬에게 재판매할 경우 블록체인 상 기록을 통해 원본 여부도 증명된다.

또한 NFT는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아이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했으므로 아티스트와 팬이 메타버스에서 NFT를 통해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사례도 여럿 있다.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 오리진프로토콜은 패리스 힐튼, DJ 블라우(3LAU)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한정판 NFT를 판매하고, 특별한 팬 경험을 강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레게 아티스트 스컬이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에 팬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소통하기도 했다.

◆‘특별한 팬 경험’ 내세웠지만…오히려 반발 일으킨 하이브의 NFT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이같은 NFT의 특징에 주목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4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확장된 팬 경험’을 위해 NFT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두나무로부터 관련 기술을 제공받는다.

방 의장은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기반 NFT를 발행하겠다”며 포토카드를 예로 들었다. 포토카드를 NFT로 발행해 디지털 세상에서 영구소장하고, 위버스 같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수집 및 교환할 수 있다면 특별한 팬 경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그는 “NFT로 발행하면 사진 한 컷이 아니라 영상이나 사운드를 통한 카드도 제작할 수 있다”며 “포토카드를 활용해 팬 개인의 아바타나 가상공간을 꾸며 아티스트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안에서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 의장은 ‘특별한 팬 경험’을 강조했으나, 정작 팬들은 이에 공감하지 못했다. NFT 발행의 주요 타겟층이자 잠재고객이 오히려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팬들은 하이브의 NFT 사업에 불매운동으로 답했다. ‘#BoycottHybeNFT’, ‘#ARMYsAgainstNFT’ 등 하이브 NFT에 반발하는 해시태그가 트위터를 덮었다. 미국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도 하이브의 NFT 사업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팬들은 NFT 발행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을 들어 BTS가 추구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BTS가 유엔 연설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BTS IP를 기반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BTS를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성공 위해선 ‘크립토네이티브’도 공략해야…업비트 고객층 도움될까

NFT의 장점 중 하나는 팬과 아티스트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이 BTS 팬덤에 통하지 않은 데에는 NFT의 개념 자체가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올해 들어 NFT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주요 구매층은 본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었던 ‘크립토네이티브(Crypto Native)’층이다. 때문에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했던 NFT 플랫폼들도 주요 타깃을 크립토네이티브로 삼아왔다.

조시 프레이저(Josh Fraser) 오리진 프로토콜 CEO도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크립토네이티브층을 공략하기로 했다”며 NFT 발행 플랫폼을 출시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하이브가 NFT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크립토네이티브도 함께 공략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팬들을 공략해야 하지만, 현재 NFT 주요 구매층이 크립토네이티브인 점에 착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NFT 사업 파트너로 두나무를 택했다. NFT 발행에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쓰일 전망이다. 람다256은 지난 6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루니버스 NFT’ 플랫폼을 출시했다.

루니버스 NFT 플랫폼 구조./출처=람다256
루니버스 NFT 플랫폼 구조./출처=람다256
루니버스는 이더리움, 솔라나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 아닌 기업고객을 위한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이다. 이더리움, 솔라나 등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NFT 커뮤니티가 형성돼있다. 즉, 특정 블록체인 기반 NFT 프로젝트들을 선호하는 크립토네이티브 커뮤니티가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이런 커뮤니티를 공략할 수 있으나, 루니버스를 쓸 경우 크립토네이티브 커뮤니티를 노리기는 힘들다.

다만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보유하고 있다. 업비트는 그동안 브레이브걸스, 매드몬스터 등 케이팝 아티스트와 협업해 NFT를 발행하고, 이를 에어드랍하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해당 이벤트에도 루니버스 플랫폼이 쓰였다. 따라서 하이브가 크립토네이티브를 공략하려면 업비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객층을 공략해야 할 전망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그동안 NFT 에어드랍 이벤트를 여러 번 진행한 만큼, 업비트 사용자 중 NFT 보유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그 고객층을 중심으로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