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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 잡으려다 소 죽일라” 학계, 플랫폼 규제 ‘성급’

최민지

-플랫폼 규제 이슈 토론회 개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이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놓고 학계에서 “성급하다”며 일침을 놓았다. 해외와 달리 실태조사와 현황 분석이 미흡하며, 이해관계자와 학계 의견수렴조차 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쳐 미래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후생 감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0일 지능정보기술과사회문제 연구센터‧스마트미디어서비스 연구센터가 주최한 ‘플랫폼 규제 이슈 토론회’에서 학계 인사들이 모였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전세계에서 토종 플랫폼을 가진 국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체코, 일본, 그리고 한국 정도다. 토종 플랫폼이 없는 유럽연합(EU)은 미국 거대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제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플랫폼 프라이버시와 정치적 편향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독과점 기업을 경쟁법으로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반성과 맞물려 규제를 준비했다. 하지만, 미국 플랫폼 규제는 대상이 명확하다. GAFA로 불리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이다. 한화로 7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 6000억달러,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5000만명 이상 등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 개별 사업자 조사도 진행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내놓은 것이다. 토종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할 시점에 사전적 규제를 급하게 도입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놓고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하지만, 한국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삼았다가 1000억원으로 수정했다. 한국은 정부조차 규제 목적과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 공식적인 정책 보고서나 문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법안들이 나오니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규제 권한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온플법이 통과되면 공정위는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업에 이어 온라인 플랫폼까지 규제하고, 방통위는 부가통신사업자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규제 권한 대상을 넓힐 수 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플법은 대규모 유통업법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온플법과 규제 기준과 구조가 비슷하다”며 “환경이 달라지면 규제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기존 규제가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 기준 대상은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매장 면적 3000㎡ 이상인 유통업체다.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초안에서는 거래액 1000억원 이상으로 삼았다.

방통위 소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도 플래폼 사업자에게 과도하다는 우려다. 사실상 인가제처럼 운영될 수 있는 이용약관 심사 의무와 노출 기준 공개 의무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규제가 수단 적절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를 행사할 때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목적이 정당하느냐 ▲방법이 적절하느냐 ▲기본권 제한이 필요 최소한에 그치고 있느냐 ▲달성하려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큰 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규제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보호하려는 목적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수단 적절성과 관련된 정당성은 결여됐다는 주장이다. n번방과 페이스북 속도저하 사건 등 실질적으로 피해가 발생해 법적으로 의무를 부과했던 사례와도 다르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사전규제, 사후규제 영역에 대한 공정위와 방통위 권한 확대가 수단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적합하다는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며 “플랫폼 일반 분야에서의 규제 필요성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조차 초안을 내놓았는데, 한국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며 “많은 시간 학계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기존 전통 산업에 적용한 기준을 새로운 플랫폼 산업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여행 앱 분야에서 3년 전 여기어때는 57.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야놀자가 5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갔다. 주로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도, 라인과 텔레그램으로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 네이버 또한 유튜브 등 동영상 검색 비중이 늘어나면서 검색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1위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한 것 같지만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면 1위가 쉽게 바뀌는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플랫폼 시장이 일반적인 독과점 시장인지부터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상이 바뀌는데 새로운 개념을 무시하고, 플랫폼 사업을 독점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교각살우,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많은 젊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미래의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해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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