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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온플법?” 공정위 규제대상 축소에도 논란 여전

최민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서 줄줄이 보류, 연내 통과 불투명
-스타트업부터 빅테크 IT기업까지 반대 기류, 야당도 반발
-이재명 후보, 온플법 규제 대상 기업에 수수료 공개 선언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적용 대상이 당초 30개 국내외 기업에서 18곳으로 축소될 전망이지만, 업계 반발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온플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규제 대상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인 국내외 플랫폼 기업으로 수정했다. 당초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을 대상으로 한 정부안보다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쿠팡, 배달의민족,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온플법을 적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온플법 수정안과 관련해 18개 기업으로 규제 대상을 축소한다는 이같은 내용을 밝혔음에도,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방통위 소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도 마찬가지다. 팽팽하게 대립해 온 양 부처가 어렵사리 합의안을 가져왔음에도, 정무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각각 보류 결과를 받았다.

수정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협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야당은 공정위와 방통위에 이어 과기정통부까지 플랫폼 규제 권한에 뛰어든 모양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야당에서는 소비자 내용까지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기본법안까지 새로 발의했다.

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대상 기업을 줄이면서 최소한의 규제라고 설명했지만, 플랫폼 업계는 해외사례와 비교해도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GAFA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공룡을 겨냥하거나 자국 플랫폼 기업을 지원하고 견제하기 위한 규제 입법을 진행한다. 이마저도 수년간 시장조사‧분석 과정 등을 거쳤는데, 한국은 1년여만에 서둘러 규제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의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매출 65억유로에서 80억유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상임위 통과시켰다. 80억유로는 한화로 약 11조원이다. 한국 온플법 규제 대상인 1조원보다 11배가량 많다.

국내 대표 플랫폼사 네이버와 카카오 연 매출은 이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은 여전히 적자다.

이번 온플법이 통과되면 스타트업과 플랫폼 기업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액 1조만 되더라도 규제 법 테두리 내로 진입해야 하는 만큼, 제2의 네이버·카카오로 성장하기 전 해외기업에 매각하는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플랫폼 업계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없이 마련된 온플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훼손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니, 차기 정부에서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플법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내 온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온플법 통과는 당장의 상황으로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정안 협의는 계속될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자율규제를 위해 힘쓰는 구체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8일 일정 규모 이상 온라인 플랫폼이 부과하는 모든 수수료를 공개하고 정부가 카드 수수료처럼 주기적으로 수수료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개 대상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적용 대상 플랫폼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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