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CIC 설립한 카카오, 투자 넘어 헬스케어 직접 진출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내독립기업(CIC)을 세우며 시장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며 모두가 눈독 들이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카카오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황희 대표, 카카오 사내 독립 조직 지휘한다=카카오는 헬스케어 CIC를 설립하고 대표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겸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선임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CIC 설립과 황희 대표 영입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동시에 관련 스타트업‧기관과 협력하며 생태계 구축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황희 대표는 6일부터 출근해 조직 및 관련 사업 구상에 나설 예정이다.
황희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 저명한 전문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뇌신경센터 교수와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헬스케어 전문기업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맡고 있다.
경험도 풍부하다. 황희 대표가 몸담은 분당서울대병원·이지케어텍은 SK텔레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등 일찍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20곳 이상 해외 병원과 디지털 병원 혁신 사업을 추진한 경험도 갖췄다.
황희 대표 이외에도 빅테크의 의료계 인재 영입은 최근 자주 이뤄졌다. 카카오 기업형 액셀러레이터(CVC)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3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을 상무이사로 영입했으며, 맞수 네이버 역시 지난해 12월 헬스케어연구소 설립을 발표하며 로봇수술 전문가인 나군호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를 소장으로 맞았다.
카카오는 "그동안 했던 투자 차원이 아닌 본사 차원에서의 조직 구축 및 업계 전문가 영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본격적인 진출에 나선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8년 8월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설립을 발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어 2019년 3월에는 연세의료원과의 합작 법인 파이디지털헬스케어에 100억원 투자, 지난달 23일에는 의료 빅데이터 기업 휴먼스케이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이번 CIC 설립으로 직접 진출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T·카카오페이 이어 성공절차 밟을까?=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목받고 있다. 빅테크 이외에도 통신 3사 역시 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데이터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등 규제 장벽을 낮추면서 보험사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1520억달러 규모로,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의 35%에 달한다. 2025년에는 508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대면 의료에 제한적인데다,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의료 관련 규제도 강하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서울대병원과 함께 '헬스커넥트'를 세워 일찌감치 사업을 추진했으나 의료법에 막혀 적자에 시달렸다. 이에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인바이츠헬스케어'를 내세워 규제가 덜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네이버 역시 2018년부터 액셀러레이터 D2SF를 통해 딥메디, 두잉랩 등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사업은 해외에서 진행 중이다. 네이버와는 별개로 라인은 지난 2019년 현지 의료전문플랫폼 M3와 합작법인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하고 일본 시장에서 원격 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가 황희 대표를 내세운 것도 비슷한 의도로 풀이된다.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갖춘 황희 대표에게 사내 벤처 조직인 CIC를 맡겨 효율적인 글로벌 공략을 꾀하는 것이다. 황희 대표가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케어텍은 중동, 미국, 일본 등지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반기(4월~9월) 해외시장 매출액은 중동 신규 프로젝트와 일본 매출 발생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133%나 급등했다.
카카오는 규제가 강한 모빌리티나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룬 경험이 있다. 카카오T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T는 현재 시장을 80% 넘게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열었으며, 최근 상장해 시총 13위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향방 역시 주목받는다.
카카오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 없다. 본격적인 논의는 6일 CIC 설립 이후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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