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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도 의대 가는 현실…AI반도체 인재 양성 ‘파이프라인’ 시급”

오병훈 기자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 9 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제 9회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 9 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제 9회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은 고도로 발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절묘한 조화로 작동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하드웨어 영역에서 오랜 연구개발(R&D)로 인적 자원을 축적해야 하는 대표 분야는 AI 반도체 칩 설계다. 국내 AI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인재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도전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 9 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제 9회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AI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SW)와 애플리케이션(앱)등을 고려해 설계부터 정밀하게 제작돼야 한다”며 “고도 설계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인적 자원들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퓨리오사AI는 AI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AI 구동을 목적으로 하는 AI반도체칩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2세대 칩 ‘레니게이드’를 선보였으며, 현재 LG의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 ‘엑사원3.0’ 구동을 위한 칩 공급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 백 대표의 설명이다.

백준호 대표는 “컴퓨터 하드웨어는 AI 밸류체인의 40% 이상 차지하고 있다.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는 의미”라며 “팹리스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마이크로아키텍처 설계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설계는 결과적으로 인적 자원 수준에 달렸기 때문에 좋은 인적 자원을 배출하려면 좋은 도전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스케일 환경에서 시간을 두고 설계역량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산 AI반도체 성과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백 대표 의견이다. 대부분 인적 자원이 글로벌로 유출되고 있으며,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인재들이 국내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백 대표는 “인적 자본은 대학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반도체 학과를 육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팹리스에 동원되는 모든 원천 기술 학과 R&D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렇게 육성된 인력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설계 연습을 많이하고 도전해야 성장의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또, “성공확률 높이려고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연구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도전적인 시도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학계 전문가들이 AI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과학고·영재고, 연구 중심 대학을 통해 집약돼 있던 이공계 인재 양성 체계가 최근 들어 분산·약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외부총장(기계공학과 교수)은 “현실적으로 인재 육성 속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며 “카이스트 학생들마저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공계 쪽으로 학생을 유인할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 작동하던 ‘이공계 특화 교육 파이프라인’이 새롭게 재정비돼야 한다고 봤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 교육 및 연구 정책에 따라 과학고나 영재고 등에 학생들을 모아 육성하고,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연구 중심 대학,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파이프라인이 잘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이 파이프라인이 약화되면서 이공계 학생들의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박두선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요새 학부모와 학생들은 똑똑하다. 체감될 수 있는 충분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하며, 퓨리오사AI 같은 기업들이 성공 사례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며 “최근 학내에서 열린 신년 교무회의 등에서도 최대 화두는 AI였다. AI를 교과 과정 속에 녹이기 위한 자급책을 많은 대학에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빠른 추경을 통해 AI산업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AI 반도체칩 특성상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정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여야와 정부가 AI 산업 진흥을 위해 예산 1조원을 증액하자는 의견을 합의했다”며 “예산 추경을 위해 양당 AI 특위 의원이 주도해 활동하고 있으며, 근일 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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