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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결산/통신] ‘탈통신’ 흐름 속 ‘통신가치’ 재부상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올 한 해 통신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탈(脫)통신’, 또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통신가치의 재부상’이다.

국내 통신시장의 탈통신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중심 시장에서 추가적인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 10월 기준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수는 7215만3565명에 이르며, 요금 상승의 한계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역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그동안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B2C(고객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B2B(기업간거래) 중심의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기준 통신3사의 매출에서 비(非)통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3분의1에 달한다. 본격적으로 비통신사업을 확대한 2014년(23%)과 비교해도 10%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통신사들의 탈통신 행보가 두드러진 해다. SK텔레콤은 기존 유무선 통신회사와 신사업 중심의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했고, KT는 ‘디지코 기업’을 표방하며 통신과 선긋기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탈통신’이라는 표어의 원조기도 하다. 역시 미디어·게임·B2B(기업간거래) 등 새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 통신3사의 탈통신 가속화

SK텔레콤은 올해 11월1일자로 기존 유무선 통신회사 ‘SK텔레콤’ 그리고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투자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 하면서 통신과 비통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분리했다. 이로써 유영상 전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SK텔레콤의 수장을 맡고, 박정호 전 SK텔레콤 대표가 SK스퀘어의 새 대표로 이동했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대로 구독서비스 ‘T우주’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SK스퀘어는 반도체(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원스토어·11번가·콘텐츠웨이브·ADT캡스 등 콘텐츠·커머스·보안 분야 신성장동력을 장착했다. 집토끼(통신)를 사수하는 동시에 산토끼(신사업)를 잡는 전략이다.

같은 맥락에서 KT도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KT는 올해 본격적으로 ▲클라우드·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빅데이터 ▲로봇·모빌리티 ▲뉴미디어·콘텐츠 ▲헬스케어·바이오 ▲사물인터넷(IoT) ▲금융·핀테크 ▲뉴커머스 등 8대 성장사업 조직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미디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의 연이은 제휴를 통해 IPTV 사업 몸집을 키우고, 자체 미디어 서비스인 ‘아이들나라’ 등 콘텐츠를 강화했다. 또 B2B 영역에서 지난 9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총괄하는 브랜드 ‘U+스마트팩토리’를 론칭하기도 했다.

◆ 통신가치의 중요성 재부각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비대면 시대 ‘통신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KT의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가 그 기점이 됐다. 당시 KT는 라우터(네트워크 경로 설정) 교체 작업 중 명령어 한 줄을 누락시킨 실수로 인해 전국망을 마비시켰고, 장애는 약 89분간 계속됐다.

이로 인해 개인 가입자는 물론 전국의 기업·소상공인들이 모바일과 인터넷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를 입은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선 비대면 회의와 강의가 멈췄고, 식당들의 결제 포스(POS)가 멈췄고, 1분1초로 갈리는 주식 시장마저 멈췄다.

이후 통신사들은 탈통신을 핑계로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통신망 의존도가 더 커진 요즘, KT는 물론 통신3사가 더욱 철저히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3사는 현재 정부와 함께 이용약관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모색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5G 품질 논란도 숙제거리다. 통신3사가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룩한 지 벌써 3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끊김 현상과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속도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최근에는 5G 이용자 1000여명이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의무를 부여함에 따라 통신3사가 연내 구축을 완료해야 하는 28㎓ 5G 기지국(4만5000여개)의 설치 이행률이 현재까지 0.3%에 불과한 점도 지적된다. 당초 정부는 구축 기준에 미달할 경우 통신3사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제재를 취하겠다고 한 바 있지만, 올해 국감에서는 구축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에 그쳤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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