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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카카오페이에 누가 재를 뿌리나…경영진 900억원 물량 털고 나가자, 개인투자자들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핀테크 업체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들이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 직전 보유하던 자사주 900억원어치를 대량 매각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카카오페이 종목 토론방에서는 아직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지 겨우 1개월 밖에 안 된 회사의 임원진이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팔았다는 것 자체가 악재라고 성토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부 주주들은 '회사 가치가 있고 성장성이 있다면 임원들이 주식을 오히려 매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식을 대량매도 했다는 것은 회사 성장성이 없다는 말이냐', '경영진이 사익 챙기자고 스톡옵션 행사하고 거금 챙기면 나머지 기업 가치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라는 식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카카오페이 주식은 지난 10일 전일대비 6% 가량 하락한 19만원대에 장을 마쳤다. 이는 류영준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카카오페이 주식 약 900억원어치(44만993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 물량은 경영진이 지난달 24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서 얻게된 물량으로, 이에 해당하는 물량을 보름여 만에 모두 처분한 것이다. 류 대표의 경우 총 71만주가 넘는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중 지난달 24일 행사한 스톡옵션 23만주를 전량 매각해 457억원 수준의 매각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카카오페이 측은 "이번 경영진 물량 처분은 류 대표와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 중 일부 물량을 행사해 매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주주들 비판을 일거에 해소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경영진이 처분한 주식 물량은 카카오페이 하루 거래량과 비등한 수준이다. 지난 6일 58만2451주, 7일 50만7608주 보단 적지만, 지난달 22일 21만6939주, 23일 38만8843주보다는 많은 거래량이었다.

주요 경영진의 대량 주식 처분에 성장성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의문부호가 뒤따르는 가운데, 앞서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 기업 가치를 두고 플랫폼 기업인만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메리츠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지급결제에서 증권, 보험 등 금융서비스로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내년 금융 플랫폼으로 한단계 도약할 카카오페이에 대한 중장기 투자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핀테크 기업들의 가치는 최소 50~100%의 리레이팅 진행 중"이라며 "2022년 카카오페이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본인가 취득 등으로 금융업 본격 진출이 기대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공매도 남은 카카오페이, 연기금 등 기관은 계속 사들여


여기에 또 남은 악재는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기법) 물량이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페이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됐다. 보통 코스피200(코스피 시장 대표 종목 200개 산출 지수) 지수에 편입되면 공매도 압력에 노출돼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과 기관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이점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공매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우려도 비례해서 커진다.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 편입종목을 발표한 뒤 해당 종목 대차잔고(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가 급증한 것도 향후 공매도 증가의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4일 316억원에서 29일 1015억원까지 대찬잔고가 불어난 바 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403억원 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3.93%로 지난 9일 기준 1.07%에서 높아진 상태다.

다만, 눈에띄는 점은 기관이 카카오페이에 대해 지속해서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도하고 나갈때, 투자신탁과 연기금 등 기관은 161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주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역시 카카오페이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연기금은 11월 3일 카카오페이 상장날부터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지속해서 매수선택을 하며 61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0일 기관이 매수하지 않았다면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었던 카카오페이 주가가 어느 정도 방어된 측면이 있지만, 개인들은 만일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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