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출혈경쟁’으로 치닫던 국내 이커머스(e커머스) 시장이 내년 또한번 변화를 보인다. 기업공개(IPO) 준비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그중 온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해 몸집을 키워가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이커머스 ‘대어’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IPO를 목표로 한 SSG닷컴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면서 상장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상장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점쳐진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커머스 기업은 컬리·오아시스마켓·CJ올리브영 등 다양하다. SSG닷컴 상장 속도는 프리IPO를 진행한 마켓컬리보다 느린 편이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대로 예측되면서 가장 큰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대표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컬리가 먼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제시하고 대표 주간사 선정에 들어갔지만 뒤이어 SSG닷컴 상장 준비 소식이 나오자 주요 증권사들이 SSG닷컴을 우선순위로 둔 것. 이에 지난 10월 SSG닷컴이 먼저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간사 선정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틀 후 마켓컬리가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SSG닷컴이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으면 모회사 이마트(4조~5조원)와 신세계(2조~3조원) 합산 시가총액을 훨씬 넘어선다. 2019년 초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SSG닷컴은 앞서 2018년 10월 투자 운용사 어피니티 등에서 1조원 이상 투자를 받으며 5년 후인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걸었다. 당초 예상 시점보다 상장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SSG닷컴이 IPO 준비를 서두르는 건 자금 확보 후 물류 인프라 및 정보기술(IT)분야에 집중 투자해 오프라인 고객을 뺏어간 쿠팡을 서둘러 추격하려는 목적이다.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디지털전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SSG닷컴은 가장 먼저 외형 성장에 공들이고 있다. 이달 초 강희석 SSG닷컴 대표는 내년을 ‘온오프라인 에코시스템’ 구축 원년으로 삼으며 “2023년까지 그로서리(신선식품) 카테고리 2배 성장과 비장보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3배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단위 대형 물류센터를 설립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먼저 늘어나는 온라인 장보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110여개 이마트 매장을 활용한다. 이마트 내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인 대형 PP(Picking&Packing)센터를 확장하면 하루 최소 200건에서 최대 3000건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 이같은 대형 PP센터를 내년 상반기까지 30개로 확대한다.
SSG닷컴은 신규고객과 충성고객을 늘리는데도 집중한다. 지난 6월 오픈마켓 방식을 도입해 상품구색을 다양화한데 이어 10월엔 네이버쇼핑 장보기몰에 이마트가 입점했다. 이달 초 이마트레이더스 제품까지 네이버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이마트와의 협업은 SSG닷컴 신규 고객을 늘리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SG닷컴 자체적으론 신규·휴면 고객 대상 최대 99% 할인쿠폰을 발급하고 있다.
내년 유료 멤버십 도입은 고객 수 확대와 함께 ‘록인’ 효과를 강화한다. 강 대표는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멤버십 서비스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다”고 말했다. 유료멤버십은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는 물론 W컨셉과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이 가진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 ‘빅딜’로 언급된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SSG닷컴이 최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SSG닷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지만 이베이코리아 합산 점유율은 1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네이버(17%)에 이어 2위다. 13%인 쿠팡보다도 높아진다.
단 마케팅 강화로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SSG닷컴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31억원이었지만 3분기는 382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총 거래액은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연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SSG닷컴 GMV는 4조72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0.4%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총거래액이 3조9200억원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올해 1.5배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SSG닷컴은 “작년 말 기준 1조4000억원 자본 총계를 기록하고 법인 출범 이래 관리 가능한 수준 손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매년 수천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경쟁사들과 국내 시장 상장 요건 충족 가능성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요인”이라고 내세웠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예정된 SSG닷컴 유료 멤버십은 소비자 록인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며, (모기업) 이마트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이베이코리아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