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정부, 알뜰폰 판짜기 착수…자회사·일몰제 논란 어떻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알뜰폰 정책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회선을 넘어선 가운데, 통신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부터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화 일몰제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정부 판단이 주목된다.

1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7일 알뜰폰 정책회의를 시작으로 산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알뜰폰 도매제공 연구반 킥오프 미팅을 지난 13일 가졌다. 오는 21일에는 도매제공 전담반을 개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21일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1007만 회선으로, 처음으로 1000만을 넘겼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신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 논란

관련해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문제다. 앞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 달성 기념행사에서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KT엠모바일·미디어로그·SK텔링크·LG헬로비전 등 통신사 자회사들의 점유율은 약 32%에 달한다. 409만개에 이르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면 점유율은 이미 50%에 다다랐다는 전언이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등록조건으로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규제를 작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통신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바도 무시할 수 없어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이다. 당장 통신자회사들로하여금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게 한다면 이들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보다 통신3사로 옮겨가는 비중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알뜰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업계 일부에선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 제한, 심하게는 사업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지난해 10월 알뜰폰스퀘어 개소식 당시 “통신3사 자회사들을 3년 내로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도매제공 의무 일몰제 폐지냐 존속이냐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화 일몰제 존속 여부도 논란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통신3사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하는데,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현재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안 개정으로 2022년 3월까지 연장됐지만, 3년 뒤 연장 여부는 재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는 통신3사의 도매제공 의무를 확대하고, 3년마다 돌아오는 의무제공사업자 일몰제를 폐지해 알뜰폰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일한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도매대가 산정 기준도 재정립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도매대가는 소매요금에서 회피가능비용(영업·광고 등 직접 서비스 제공하지 않을 때 회피할 수 있는 비용)을 제외하고 산정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들을 대신해 통신사와의 협상을 실상 주도하고 있지만, 매년 도매대가 산정 시즌마다 불만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와 연구반 운영은 현안별로 콕 집어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알뜰폰 시장 전반을 들여다 보고 정책 방향을 잡는 자리”라며 “통신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이나 의무제공 일몰제 등 세부적인 내용들은 추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