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22년엔 금융당국의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빅테크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정은보 원장은 3일 범 금융권 신년인사회를 통해 “빅테크 등과의 불균형적 경쟁여건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수단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고 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고민은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과 확산이 기존 규제의 그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감지되고 있다.
◆국제 논의 방향에 주목=금융당국은 금융의 디지털화 진전, 빅테크 진출 등으로 유발될 수 있는 잠재 리스크, 기존 금융회사와의 형평성 등에 관한 문제 제기에 따라 새로운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국제논의’ 등을 감안해, 혁신‧경쟁을 보장하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규제 동향에 대한 국내에서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미 전 세계 규제기관 역시 2022년 한해 디지털 기술과 이로 인한 금융혁신 서비스 등에 대해 체계적인 제도 마련과 규제, 그리고 효율적인 규제를 위한 디지털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전 세계 금융 규제기관이 공통으로 올 한해 빅테크를 금융사 수준의 규제 안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법률, 기술 및 사회 국제저널 테크알이지(TechREG)는 “전 세계 대부분의 규제 기관은 규제가 기술을 따라잡아야 하는 해로 2022년을 선택했다”며 “프라이버시, 디지털 신원 및 인공 지능과 같은 주제도 규제 기관의 상당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픈뱅킹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자가 지난해 11월말 현재 가입자는 중복 가입자를 포함해 1억651만명, 등록계좌는 2억1181만좌에 이를 정도로 표면적으로 대중화됐다. 올해에는 보험사도 오픈뱅킹 참여 기관으로 추가될 예정이며 서비스도 보험정보, 대출‧ISA 계좌정보 등을 추가, 확대하는 방향으로 오픈뱅킹 시스템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과 영국에서도 오픈뱅킹 프레임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개혁을 발표했다. 이는 실시간 계좌이체와 같이 국내에서와 비슷한 중앙 지급결제기관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BNPL 규제도 불 붙을까?=BNPL(선 구매 후 후불)에 대한 금융규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BNPL은 현금 없이도 물건을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로 이커머스 확산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NHN페이코와 은행권 최초로 BNPL 서비스를 개발해 MZ세대 고객 대상 혁신적인 금융결제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2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등록한 이후 지난 4월 15일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토스도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올 3월 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 소비자 금융 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은 5개 BNPL 회사로부터 대출의 위험과 이점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정보 수집 대상은 페이팔,어펌(Affirm), 애프터페이 등으로 이들 기업 중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금융 진출,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비해 빅테크발 잠재리스크 점검 및 감독‧관리방안 검토에 나선다.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영위형태별 리스크 기반 행위규제 강화와 빅테크그룹의 내·외부 리스크전이 차단을 위한 빅테크그룹 감독체계 도입을 검토한다. 여기에 금융회사 위험관리‧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빅테크 발 제3자리스크 방지체계 구축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과 메타, 구글 등의 금융시장 직간접 진출에 대해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EU의 경우 2022년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을 채택해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마련할 예정이다.
영국은 공식적으로 디지털 시장 부서를 출범하고 빅 테크 기업이 준수해야 할 행동 강령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제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올 한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거래, 보관 또는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와 같은 일부 암호화 활동과 관련해 2022년에 일부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U는 이미 암호화 자산 및 기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자체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도 디지털 유로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 행위를 단속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 산업의 진흥을 지원할 전담기구인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가칭)’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 실제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 설립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가상자산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