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IT기업처럼…금융권 조직개편 성공할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새해 조직개편에 나선 금융사들이 조직 의사결정 체계를 빠르고 책임감 있게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자일(Agile) 조직, 데브옵스(DevOps) 구현 등 주로 IT기업들이 택했던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총 8개의 부문(펀드서비스, 디지털신사업, KB모바일인증, 공급망금융, 기업자금관리, 기업뱅킹, 기관영업, 글로벌디지털)을 데브옵스 조직으로 개편했다.

신한은행은 차별화된 금융을 선보이고자 ‘실행의 속도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해 부서 칸막이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조직 ‘트라이브(집단)’를 만들어 새로운 앱 개발 등 핵심 전략과제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16그룹, 21본부·단, 60섹션으로 구성된 조직을 13그룹, 26본부·단, 55섹션으로 효율화했다.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그룹’을 신설하고, 기존 국내영업조직의 영업본부는 폐지했다.

이는 금융그룹들이 오픈뱅킹, 마이데이터는 물론 디지털 뱅킹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상황에서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빅테크에 비해 금융사들이 갖는 단점이 비대한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IT기업의 조직 체계를 조직 내에 이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IT조직과 신사업 부서에서 받아들이던 조직 체계를 전 부서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금융사들이 조직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이 요원하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인지한 결과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이러한 IT기업 흉내내기가 어디까지 통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지털 전환’에서 방점은 ‘디지털’이 아니라 ‘전환’에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의 시도는 주목할 만 하다. 다만 매년 다양한 형태로 실험무대에 오르는 금융사의 조직개편에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수장이 취임하면 조직 쇄신을 위해 개편이 진행되는데 겉 표면에만 ‘디지털’을 씌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만난 한 금융사 디지털 계열사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지원 나온 직원은 돌려보낼 생각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점에서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단순히 조직 개편 뿐만 아니라 DNA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은 금융사들이 이에 대한 ‘목마름’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