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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고조로 주목받는 러시아 ‘로봇 탱크’… 그러나 작전투입 어려운 이유 (하)

임재현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외신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 2018년 시리아 내전에 투입돼 전투 성능을 테스트한 러시아의 로봇탱크 ‘Uran-9’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내린 평가가 그렇다.

그때와 비교해 현재는 어느 정도 문제점이 개선됐는지에 대한 최신 정보는 없다. 다만 당시 러시아 군사 당국이 “(로봇 탱크가) 실전과 같은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기위해서는 아직도 10년~15년 정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도 난이도가 높은 전투 임무를 위해 투입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로봇 탱크와 같은 무인 지상차량(UGV, Unmanned Ground Vehicles)의 발전 속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IT기술과 위성통신을 활용하면 이미 우주전쟁도 가능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전투에 사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난관이 많다.

지속적으로 UGV가 진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때문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단점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등 역설적인 상황도 나온다. 그러면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또 다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하고 실전 투입은 또 다시 늦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무인 탱크의 역사는 의외로 깊다. 이미 100년전 제1차 세계 대전때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후 소련은 1939-1940년 핀란드 침공 과정에서 화염 방사기와 폭약으로 무장한 원격 제어 ‘텔레탱크’ 2개 대대를 투입하기도 했다.

‘Uran-9’의 이전 버전인 ‘Uran-6’도 과거 러시아가 중동 및 중앙아시아 분쟁에서 지뢰 및 급조된 폭발물(IED)을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사용됐을뿐 정찰 및 전투용으로 투입할 만큼의 수준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이전보다 진화됐다고는 하지만 탱크 로봇 ‘Uran-9’이 아직 실전 투입이 어려운 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첫째 전투 능력 자체의 미비다. 차량의 외형이 강철로 무장됐기 때문에 소총 등 경화기의 공격에는 방어력을 유지하지만 RPG(휴대형 대전차 로켓포)나 중기관총과 같은 일반 중화기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둘째, 원격 자율운영시스템 자체가 가지는 미흡함이다. Uran-9의 경우, ‘스카이넷(Skynet)이라는 통합 전술 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최대 4대의 ’Uran-9‘가 함께 네트워크로 연결돼 합동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최대 4마일 떨어진 거리에서도 서로 연결돼 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통신 신호가 불안정할 경우에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작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셋째, 사실 이것이 로봇 탱크가 실전에 투입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다. ‘Uran-9’가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해왔지만 여전히 피아 구분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즉, 아군과 적군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로봇 탱크는 전투 상황에서 적군을 감지하고 정확하게 적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운용될 수 있는 무기다. 하지만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해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면 작전에 함부로 투입할 수 없다. 실제로 ‘Uran-9’은 적군을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식별하지 못하고 있고, 시리아에서 테스트한 이후 러시아 내부적으로 제기됐었던 치명적인 문제도 이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처럼 ‘Uran-9’의 적 탐지(식별) 능력이 미흡한 이유는 현재의 열(熱)감지 및 전자 광학 센서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1.25마일, 즉 2km 밖에 있는 적을 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야간 작전시에는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거리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와함께 ‘Uran-9’가 이동중일 경우에는 그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통신체계의 문제다. 로봇 탱크는 사람이 지휘하는 유인 지휘소와 일정한 거래내에 있어야 원격 운영(조정)이 가능하다. ‘Uran-9’의 경우 1.8마일의 원격 범위를 가진다. 즉, 로봇 탱크가 돌아다닌다면 원격 조종하는 지휘차량이 반경 2km 이내에 있다는 소리다.

문제는 이 원격 운영에 필요한 통신 체계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활지가 아니라 건물들이 많은 도심의 경우 300~400미터까지만 원격 운영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역으로, 적에게 스스로 작전 위치를 노출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적에게 통신 추적을 당하면, 로봇 탱크는 물론이고 이를 지휘하는 제어차량에 탑승한 인원들까지 적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의미다.
2017년에 공개된 미국 육군의 차세대 브래들리 장갑차. 무인 전장화가 크게 강화된 모습이며, 포탑에 25㎜ M242 부시마스터 기관포와 7.62㎜ M240C 동축 기관총이 장착된 모습
2017년에 공개된 미국 육군의 차세대 브래들리 장갑차. 무인 전장화가 크게 강화된 모습이며, 포탑에 25㎜ M242 부시마스터 기관포와 7.62㎜ M240C 동축 기관총이 장착된 모습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서 테스트를 하는 동안 ‘Uran-9’는 최대 1분 동안 17번의 원격 제어 오류를 겪었으며, 한 시간 반 동안 연락이 끊겼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군 당국은 ​​Uran-9의 통신 범위, 응답 시간 및 데이터 대역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로봇 탱크가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기존 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장거리 통신, 정교한 자율 작동 알고리즘, 통합 센서 및 표적 시스템을 훨씬 더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AI)에 의한 사물 인식 기술, 자율주행이 가능할 정도의 보다 강력한 통신체계가 탱크 로봇에 전이된다면 기존보다는 더욱 강력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인류가 개발한 지적 성과물이 전쟁을 위한 무기 체계의 진화에 쓰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씁쓸할 수 밖에 없는 결론이다.

임재현
jae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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