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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인사이트] 결국 염불보다 젯밥인가…우려스러운 ‘서울사랑상품권’ 결제 논란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정작 소상공인과 서울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절박함은 보이지 않는다. ‘네탓’ 공방으로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할 뿐이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한결원’)이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앞서 서울시가 주장한 ‘한결원과 비즈플레이가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서울사랑상품권 결제에 불편이 초래됐다’는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이미 서울사랑상품권 위탁 운영 사업종료가 된 2021년 12월31일자로 모든 관련 데이터를 운영주체인 서울시에 넘겼다’며, 서울시와 신한카드컨소시엄이 자신들의 준비 부족으로 발생된 불편과 혼선을 엉뚱하게 기존 사업자인 한결원과 비즈플레이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러자 서울시는 즉시 해명자료를 언론사들에 배포했다. 물론 앞서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즉, 한결원에 3차례에 걸쳐 판매 대행에 필요한 가맹점 정보 일체를 요구했으나 한결원에서 제공한 자료는 가맹점명, 사업자등록번호, 가맹점주소 등 극히 일부 정보에 불과했다는 것.

핵심정보인 가맹점 식별번호, 대표자 고객번호, 대표자명, 대표자 전화번호 등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에게 충분히 ‘서울페이+’ 플러스 앱 설치 등 사전 안내가 안됐고, 결국 이 때문에 현장에서 불편이 초래됐다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1월28일 자로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비즈플레이에서 제공받지 못한 자료를 오는 2월3일까지 제공하도록 공문을 발송했다”며 “향후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말은 복잡해 보이지만, 서울시와 한결원의 주장을 간단 요약해보면 ‘제공되는 가맹점 데이터의 범위’로 압축된다.

◆불편이 충분히 예상됐다면 왜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같은 서울시의 해명은 ‘서울사랑상품권’의 이용 당사자인 소상공인들과 시민들의 입장에서 2가지의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첫째, 서울시의 주장대로 한결원측으로부터 가맹점 대표 전화번호 등 충분한 핵심 정보를 받지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소상공인(가맹점)에 충분히 사전 준비가 전달이 부족했다면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예상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와 신한카드컨소시엄은 왜 그대로 서비스를 강행했느냐는 질문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의 위탁 운영사업자가 기존 한결원에서 신한카드컨소시엄으로 바뀌었고, 더구나 기존 서울사랑상품권의 결제 및 정산 수단이었던 ‘제로페이 QR결제’ 망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이런 불편을 충분히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올해 1월1일부로 새로운 결제앱으로 ‘서울사랑상품권’ 결제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그에 앞서 충분한 리허설을 통해 불편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미리 체크하고 대책을 준비했어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둘째, 당장 새 결제망에서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면, 한시적으라도 소상공인들에게 익숙한 기존 '제로페이 QR 결제망'을 왜 다시 사용하지 않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당장 설 대목을 봐야하는 재래시장 등 수십만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기존 ‘제로페이 QR결제’망을 통해서라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도로를 뚫었으나 사정상 아직 완전치 않은 사정이면 기존 도로를 잠시 이용하면 되는 것인데, 이것이 안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데도 네탓 공방을 하고 있으니 ‘숨겨진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전임 시장의 업적 지우기’라는 불필요한 정치적 음모론까지도 나오는 것이다.

한편 한결원 측은 지난 28일 입장문에서 매우 주목할만한 주장을 했다.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런 내용이다.

‘한결원은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2021년 말부터 최근까지 서울시와 신한카드컨소시엄에게 제로페이 QR 또는 앱을 활용하는 방안을 수 차례 구두, 이메일, 공문을 통해 제안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습니다.’
특히 ‘소상공인 수수료 무료’라는 기본 정책만 지켜진다면 제로페이 망 사용에 따른 분담금까지 한결원이 부담하겠다고 서울시와 신한카드컨소시엄에게 제안했지만 서울페이+ 서비스 직전인 1월20일이 돼서야 서울시는 제로페이와의 연동 결제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한결원에 통보했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이에 대한 소명을 해야한다.

한결원이 소상공인들의 불편을 예상해 망 사용 분담금까지 부담하면서 기존 ‘제로페이 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음에도 서울시와 신한카드컨소시엄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논란을 정리해보면 ‘소상공인과 서울 시민의 불편’에 대한 실사구시의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페이 등이 참여한 신한카드컨소시엄이야 어차피 기존 제로페이 가맹점을 노리고 수익도 얼마 안되는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들이다. 그들은 기존 제로페이 가맹점들에게 자기들의 결제망과 앱을 사용하게함으로써, 결제 플랫폼으로 흡수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뿐이다. 그런 민간 사업자들에게까지 선의에 의한 협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서울시가 시민의 편에 서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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