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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배달 라이더 부업 유행?...쿠팡이츠 2인1조 ‘차팡’ 해보니

이안나

- 10시간 가까이 일하고 14만원 가량 소득…눈 오는 심야 배달 건당 만원 넘어
- 주·정차 문제 없지만 유류비·2인1조 고려하면 수익성 ‘글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모바일 앱을 통해 배달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주문 앱들은 라이더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배달 라이더 공급을 위해 떠오른 대안은 바로 ‘일반인 배달’. 대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불문하고 자투리 시간 배달 라이더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었다.

배달비 1만원 시대에 도래하면서 각종 ‘수입 인증’도 늘었다. 실제 배달 라이더로 하루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자차(자기차량)로 지난 연휴 및 주말에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로 참여했다. 단 배달은 2인1조로 움직이면서 한 명은 운전만, 기자는 콜을 잡고 음식 픽업과 배달을 담당했다.

배민커넥트는 2시간가량 안전교육 이수를 들어야만 배달 라이더로 가입할 수 있고 자동차 시간제보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면 쿠팡이츠는 복잡한 절차 없이 가입 후 즉시 배달에 참여할 수 있다.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2만원을 지급한다. 안전교육을 먼저 들은 후, 음식을 보관할 아이스박스를 챙겨 바로 배달 라이더로 나섰다. 라이더들 사이에선 자동차 쿠팡이츠 배달을 흔히 ‘차팡’으로 표현한다.

처음 배달 시작 버튼을 누르고 주문을 탐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카페에서 콜이 들어왔다. 콜 수행 시 얻을 수 있는 배달비는 6670원이었다.

처음 모바일에 콜이 들어올 땐 배달비와 식당명, 대략적인 픽업지와 배달지 위치만 공개한다. 배달 수락을 누른 후 매장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주문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주문량이 많을 시 배달을 기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매장에서 음식을 받고 ‘픽업 완료’를 눌러야 주문 고객 상세 주소가 모바일에 나타난다.

모바일 앱에서 ‘시간제한’은 찾아볼 수 없다. 배달 라이더들 안전을 위해 업체들이 이같은 문구는 모두 삭제했다. 그럼에도 처음 주문을 받았을 땐 빠르게 배달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컸다. 소비자가 배달주문 앱을 이용할 때 라이더가 배달 오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 더욱 그랬다.

쿠팡이츠는 신규 배달 라이더 대상으로 미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정해진 기간 내 5건 배달을 수행한 신규 라이더에게 자동차 기준 3만원 보너스를 지급했다. 초기 목표는 5건 배달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한 건씩 배달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수입이 쌓여가는 게 눈에 보이니 자연스레 ‘몇 건만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배달을 시도했던 지난달 31일 밤엔 꽤 많은 눈이 쏟아졌다. 밤 10시가 넘어가는 데다 눈이 내리니 들어오는 콜마다 만원 이상 배달비가 제시됐다. 거리할증까지 포함해 건당 가장 높게 받은 배달비는 1만2800원이었다. 낮에 3000~4000원대 배달비를 받다 저녁 피크시간 6000~8000원으로 올랐는데, 휴일 심야+날씨 때문에 더 높아진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도너츠·치킨 등 각종 음식을 배달했지만 보온백에 들어가지 않는 피자를 배달할 때 가장 힘들었다.
커피·도너츠·치킨 등 각종 음식을 배달했지만 보온백에 들어가지 않는 피자를 배달할 때 가장 힘들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총 18건 배달을 진행해 얻은 수익은 14만2450원이었다. 지난 주말 시간대를 바꿔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도 배달 19건을 수행해 15만2235원을 얻었다. 여기서 원천징수세액 3.3%를 차감하고 각종 미션 보너스를 더하면 그날 수입이 된다. 양일 모두 자동차로 130km 이상을 움직였기 때문에 여기 들어간 유류비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2명이 함께 일했기 때문에 사실 수익성이 높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 여름 수행했던 택배 아르바이트 ‘쿠팡 플렉스’보다는 훨씬 쾌적했다. 쿠팡 플렉스보다 일하는 시간이 길고 프로모션비는 적었지만 실시간으로 수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주문고객에 배달을 완료하고 ‘배달 완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다음 콜이 들어오는 일이 연속이었다. 더 좋은 콜(거리는 가깝고 배달비는 높은)을 잡고 싶은 심리에 끼니는 간단히 해결하고 5분 정도 잠깐씩 휴식을 가진 게 전부였다. 배달 중엔 라이더 정문 진입을 막는 건물도 있었다.

자동차로 음식배달을 할 시 춥거나 더운 날씨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정차였다. 음식을 픽업해야 할 때 잠깐의 정차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2인1조로 움직였기 때문에 매장에서 음식 조리가 완료될 때까지 여유있게 기다리기도 했지만, 혼자 배달을 할 땐 난처함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단지 배달을 갈 땐 지하 주차장까지 들어가 주차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종종 단지 진입 및 공동현관문을 지나기 위해 두 번 이상 고객 호출이 필요하기도 했다. 망원동이나 연남동 등 좁은 골목을 차량으로 이동할 땐 보행자들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대규모 집회로 길이 막혀 픽업 및 배달까지 한시간 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배달주문 앱들이 왜 오토바이를 가장 선호하는지 납득이 갔다.

배달주문은 빌라·아파트부터 각종 사무실·정부청사까지 다양한 곳에서 왔다. 점심·저녁 피크시간이 아니어도 콜은 쉬지 않고 들어왔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배달비를 낮추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게 보였다. 배달 라이더를 위한 프로모션도 점차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를 감당하며 라이더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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