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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RM, '세기의 빅딜' 무산…어려워진 반도체 M&A

김도현
- 소프트뱅크, ARM IPO 준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업계 최대 빅딜로 꼽힌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 우려와 주요국 반대에 막힌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정책이 강화되면서 향후 반도체 업체 간 인수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각국 규제당국 반대로 ARM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반도체 설계자산(IP) 1위 ARM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엔비디아는 ARM 대주주 소프트뱅크그룹(BSG)과 400억달러(약 47조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주요국 심사가 진행됐으나 미국을 비롯한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ARM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RM IP를 활용 중인 애플 퀄컴 삼성전자 AMD 등도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ARM 자산을 손에 쥐면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 등 생태계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엔비디아는 업계 설득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반대에 직면하면서 ARM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SBG는 ARM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증시 또는 런던증시가 유력하다.

이번 결정으로 엔비디아는 SBG에 12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해당 금액은 ARM 인수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한 바 있다. 양사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냥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차후 반도체 M&A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최근 사례로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무산이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키옥시아 인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등 대형 M&A를 준비 중인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한편 ARM은 르네 하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고 8일 밝혔다. 전임 CEO 사이먼 시거스는 자문 역할 등을 맡는다. 르네 하스 CEO는 2017년부터 ARM IP 프로덕트 그룹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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