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소의 가치②]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기술력없이는”…냉엄한 현실

신제인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수소 경제 생태계는 크게 ▲생산 ▲유통(운송, 저장, 충전) ▲활용(연료전지, 수소차) 세 영역으로 나뉜다. 그리고 세 영역별로 다양한 기업이 촘촘하게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이 세 분야에서 그래도 가장 경쟁력이 좋은 분야는 수소연료전지, 수소차 등을 생산하는 '활용' 분야이다.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연료전지와 수소차가 속한 활용 부문은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가 약 10% 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수소 '생산', '저장'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세계 수준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우리가 수소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면서도 불안감을 가지는 요소다.

물론 셋중에 하나만이라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에너지의 문제라면 그런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모든 산업분야가 그렇지 않겠지만 에너지와 같은 핵심 산업에선 전체적으로 기술력을 균등하게 확보해야 공급망 관리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수소경제와 관련한 기술력에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 그린수소 아직은 현실적 제약… 선도국과 격차, 원재료와 생산 단가 높아

먼저, 우리나라 수소 생산 부문의 경쟁력은 글로벌 톱 티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저탄소 바람이 불면서 블루∙그린수소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취약성을 드러내며 그레이 수소 비중이 절대적이다.

다만 블루수소로의 업그레이드는 추출 방식이 단순해 우리의 기술력으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비용측면에서 국내에서 천연가스 수입 가격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과 캐나다에 비해 약 네 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수소의 경우는 아직 우리나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실증 연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 구축 비용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수전해 시스템 기술역량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수전해 방식은 전기료가 원가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은 국내에선 생산이 쉽지 않은 이유다.…

반면 독일과 일본에서는 그린수소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중국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35년엔 그린수소 가격이 그레이수소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으로 분석된다.

◆수소 유통분야, 아직 기술력 격차 커…저장용기, 충전소도 국산화율 40% 수준

운송과 저장, 충전으로 나눌 수 있는 수소 유통 부문에서는 이미 상업화된 단거리용 파이프라인 방식만 어느 정도 우리 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설비구축 능력이 요구되는 저장용기 제작은 여전히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기체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저장하는 고압저장용기의 경우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핵심소재인 탄소섬유기술이 필요한데, 국내에선 이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탓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월 발행한 '수소경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과 시사점' 이란 주제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저장하는 고압저장용기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는 무(無)산소 설비 내에서만 생산 가능하며 공정설계·설비구축에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 세계적으로도 일본(도레이, 테이진, 미쓰비시), 독일(SGL), 미국(헥셀)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단계다. 특히 이 소재가 우주·항공, 국방용 전략물자 소재로 인식돼 국가간 기술이전에도 애로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세계 톱 티어 수준까지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쌓아가야만한다.

국내 기업중에는 엔케이(충전소 탱크로리), 일진하이솔루스(넥쏘 연료탱크 납품)가 타입3 제품 개발을 완료했으며, 효성첨단소재,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이 탄소섬유 소재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수소를 액화하여 저장하므로 외부 열 유입시 수소 손실이 크기 때문에 열전도를 최소화하는 용기(탱크로리) 설계 능력이 핵심이다. 현재 국내 기술수준은 미국, 독일, 일본 대비 70% 정도라는 진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30여개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운행중이며 에어프로덕츠(미국),린데(독일), 에어리퀴드(프랑스)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이 각각 린데, 에어리퀴드와 합작하여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을 추진중이며, 하이리움산업(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창업기업)이 액화수소용 저장탱크를 개발했으나 현재까지 실증 단계이다.

한편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충전소 시스템 구축 역량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소 충전소는 2019년 31기에서 2022년 1월 기준 89기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현대차는 미국에 48기를 신규로 구축할 계획이다.

단, 저장탱크를 포함해, 압축기, 디스펜서(충전기)와 같은 핵심부품들이 충전소 구축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반해 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국산제품은 비교적 내구성이 부족해 선호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며 아직 국산화율은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내수시장 규모는 효성중공업이 4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외에 이엠코리아, 제이앤케이히터, 에코바이오, 광신기계 등과 같은 중소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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