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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의 가치①] 시동걸린 수소경제 각축전, 우리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신제인
2022년1월16일 문재인 대통령 중동 3국 방문중 '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 기념촬영 <사진: 청와대>
2022년1월16일 문재인 대통령 중동 3국 방문중 '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 기념촬영 <사진: 청와대>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지난 2월3일,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선 후보 1차 TV토론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가 주제로 올라왔다. 후보자들간의 공방중에 그레이(Gray) 수소, 블루(Blue) 수소, 그린(Green) 수소라는 단어가 언급됐다.

'수소 경제'에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친숙한 단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단어다.

아직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지라도 수소 산업이 가지는 무한한 경제적 가치, 즉 수소산업의 밸류 체인에 대한 인식은 앞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수소경제가 우리 산업구조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세계 각국은 수소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핵심 화두다.

지난 1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동 3국 순방중, 첫 방문국인 UAE의 첫 행사로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협력'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그린 수소와 블루 수소의 생산에 강점을 가진 UAE와 수소차와 충전소, 연료전지, 액화운송 등 수소의 활용과 저장, 유통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양국은 수소경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UAE는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시설 MBRM 솔라파크에 그린 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수소 리더십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저탄소 수소시장 점유율 25% 비전을 마련했다.

◆점차 촘촘해지는 수소 생태계

수소 산업의 벨류체인은 크게 생산, 유통(저장·운송, 충전), 활용(연료전지, 수소차)의 단계로 이어진다. 또한 생산, 유통, 활용 각 단계에서 많은 관련 기업들이 거대한 생태계를 촘촘하게 형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소 시장의 각 단계별 진행 수준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현대 세계 수소경제 선도국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글로벌 수소경제 생태계의 세팅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제 수소경제를 위한 글로벌 각축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일 뿐이다.

먼저, 수소의 생산 방식과 관련해 적용되고 있는 기술로는 ▲부생(by-product) ▲추출 ▲수전해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주로 채택하는 방식은 ‘부생’방식이다.

'부생 수소'는 쉽게 말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철강,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이다. 즉, 중화학공업 규모가 큰 한국에서는 그 생산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 중 약 95%가 부생수소에 해당한다.

동시에 수소에는 또 다른 이름 분류 체계가 존재한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그 친환경성의 정도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로도 나뉘게 된다. 이때 각각의 색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레이, 블루, 그린 순으로 친환경성 정도가 높다. 블루, 그린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비용 구조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하는 부생 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하므로 당연히 '그레이 수소'에 해당된다. 친환경도측면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다. 그러나 탄소 포집저장 (CCS) 장치를 이용해 탄소배출량을 저감할 경우엔 블루수소로 승격된다. 즉, 국내의 부생수소는 그레이 수소일 수도, 블루 수소일 수도 있는 셈이다.

올해 1월 우라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수소는 발전원으로 주로 이용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수전해 시스템 구축 기술역량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수전해 방식은 전기료가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은 국내의 경우 LCOE(균등화발전비용)가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가량 높아 경쟁력이 뒤쳐진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호주, 중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빠르게 낮아져 2035 년 이후 그린수소 가격이 그레이수소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전해 시스템 구축은 전해액과 촉매 종류에 따라 기술적, 비용적 한계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나 상업화에 성공한 독일, 일본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실증연구 수준으로 경쟁력 격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수전해 방식은 알칼라인, 고분자 전해질(PEM), 고체산화물(SOEC) 방식으로 구분되며 알칼라인과SOEC는 전력발생 효율이 낮고, PEM은 촉매(백금) 가격이 높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그 다음은 유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통은 기체나 액체 상태인 수소를 저장해 공급지에서 수요처까지 운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충전 단계까지도 아우른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수소가 생산된 석유단지 내에서 곧바로 소비됐기 때문에 단거리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소차 충전소가 확대되면서 회당 운송량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의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테면, 고압저장용기, 액화 수소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단계인 활용 부문에는 자동차, 선박, 기계, 연료전지 등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사업들이 포함된다.

해외에서는 열 생산에도 수소가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그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그 대신 연료전지와 수소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2020년 기준 수소차와 연료전지가 속한 활용 부문은 국내 수소 시장에서 기업 수 기준 48%, 매출액 기준 5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활용 부문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공급망이 치밀하게 구축돼 왔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완성차 대기업이 주로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127개의 수소 관련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 업황 부진 등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소 관련 매출액이 30%를 상회하는 ‘수소 주력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후 국내 수소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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