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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보라’와 ‘위메이드’엔 공통점이 있다…올해 게임 업계 키워드는?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는 게임사들의 실적 발표 주간이었습니다. 게임사들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의 사업 계획도 함께 전했는데요. 실적 발표에서 나오는 내용이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게임사가 아닌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들의 사업 계획을 듣는 듯했죠.

이미 상당수의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제작한 위메이드는 물론 컴투스,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까지 여러 기업들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게임에 관련한 로드맵을 내놨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기업들이 있었는데요. 우선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알려진 ‘보라’가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와 합병한 후 ‘보라 2.0’을 선언했습니다. 이전의 보라 프로젝트와는 180도 달라졌고, 특히 ‘카카오 패밀리’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위메이드는 지난해 국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열풍을 휩쓴 기업이죠. 이 플레이 투 언 열풍을 주도한 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인 ‘위믹스(WEMIX)’였는데요. 이 위믹스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이 발표됐습니다. 국내에 위믹스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이 소식 역시 주목할만한 이슈였습니다.

이 두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게임을 비롯한 지식재산권(IP)들이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다양한 파트너사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즉,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이 올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가상자산인데요. 두 기업 모두 보라(BORA)와 위믹스(WEMIX)라는 가상자산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두 기업 모두 토큰 소각 모델을 도입하는 등 토큰이코노미의 변화를 선언한 것입니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게임·콘텐츠 업계도 이 두 기업의 행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두 기업의 올해 계획과 공통점을 살펴보고, 토큰 소각 등의 새로운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해보겠습니다.

◆둘 다 ‘클레이튼’ 기반…플랫폼 생태계 확장이 올해 ‘핵심’

우선 두 기업은 파트너사들을 활발히 확보해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이 때 두 기업의 플랫폼 모두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자체적으로 개발된 ‘메인넷’ 플랫폼인데요.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이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체인’입니다. 서비스체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사이드체인’ 개념과 비슷한데요. 클레이튼(메인넷)과 연결된 보조체인이지만 서비스체인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서비스에 맞게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설정이 가능합니다.

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보라는 기존 이더리움에서 클레이튼으로 기반 플랫폼을 전환했습니다. 클레이튼이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이고, 보라가 그 위의 레이어2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입니다.

그럼 구체적인 계획을 살펴볼까요? 이번주에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프렌즈게임즈가 사명을 ‘메타보라’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렌즈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보라’ 개발사 웨이투빗을 인수하며 웨이투빗과 합병됐는데요. 앞으로는 카카오 계열사들, 즉 ‘카카오 패밀리’의 메타버스 사업을 메타보라가 주도하게 될 전망입니다. 즉, 보라 프로젝트도 카카오 라인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된 것이죠.

보라는 본래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입니다. 이 보라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운영되던 보라 플랫폼에 ‘거버넌스 카운슬’이 도입된 것입니다.

거버넌스 카운슬은 블록체인 업계에서 익숙한 용어입니다. 클레이튼이 쓰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클레이튼에서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블록을 생성하고 코인 보상을 받는 ‘노드’ 그룹을 뜻합니다.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들은 클레이튼의 다양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보라도 이 거버넌스 카운슬을 도입해 다른 기업들을 노드로 끌어들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보라 블록체인의 블록을 생성하고, 가상자산 보라(BORA)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죠. 노드가 많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닌 컨소시엄 블록체인에 가까워졌습니다. 보라는 노드 기업들과 파트너사 관계를 구축해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사업에서도 협업할 계획입니다.

보라 거버넌스카운슬 참여사들./출처=보라
보라 거버넌스카운슬 참여사들./출처=보라
보라가 거버넌스 카운슬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클레이튼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카운슬에 합류한 파트너사들이 블록을 생성하는 ‘클레이튼식’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입니다.

보라 플랫폼의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지난 8일 보라 2.0 파트너스데이에서 발표를 맡은 임영준 보라 CBO는 “보라는 2018년 출범 때 프라이빗 체인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보니 다양한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데 제한이 있었다”며 “거버넌스카운슬을 구축해 플랫폼의 건강한 성장을 모색하는 구조로 전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패밀리’가 되니 보라의 네트워크도 더욱 커졌습니다. 거버넌스 카운슬에 유명 기업들이 다수 합류했는데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계열사는 물론이고요. 국내 1위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 클레이튼 개발사인 크러스트(Krust), 그리고 또 다른 게임사 위메이드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보라는 노드로 참여하는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들과 사업 상으로도 협업할 예정입니다.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나 샌드박스네트워크, 위메이드 등이 보라 플랫폼 상에 콘텐츠를 올릴 가능성도 큽니다.

위메이드도 비슷합니다. 요즘 슈퍼캣, IMC게임즈, 레드폭스게임즈 등 IP를 보유한 게임사들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맺으며, 해당 게임사들의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 위로 끌어들이고 있죠. 위메이드는 올해 말까지 블록체인 기반 게임 100개를 위믹스에 온보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라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보라는 클레이튼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위믹스는 클레이튼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현재는 클레이튼에 종속된 서비스체인이지만, 위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 다수 구축된 만큼 위믹스만의 ‘메인넷’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한 겁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개방성이라는 기본 방향에 맞춰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고, 세계적인 블록체인들과 공존하고 경쟁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 ‘토큰 소각’…위믹스·보라 가격은?

위메이드와 보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미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이 있다는 겁니다. 각각 위믹스(WEMIX)와 보라(BORA)가 있죠. 컴투스가 올 상반기 중 자체 가상자산을 상장하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앞서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두 기업 모두 토큰 소각 모델을 도입해 토큰이코노미를 바꾸겠다고 한 겁니다.

우선 위메이드는 위믹스로 인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 측이 보유한 위믹스를 꾸준히 유동화, 즉 매도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게 된 건데요.

공시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데도 하지 않은 데다, 가격을 방어해야 할 회사가 오히려 보유분을 매도하면서 가격을 하락시켰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위메이드의 4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액의 3분의 2가 ‘위믹스 유동화’로 발생했고요. 이에 위메이드는 유동화를 잠정 중단하고 분기 별로 위믹스 보유 상황을 공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위메이드의 4분기 매출./출처=위메이드
위메이드의 4분기 매출./출처=위메이드
이에 더해 위메이드는 위믹스에 토큰 소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발행량에서 일정 부분을 소각함으로써 토큰 홀더(보유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토큰 소각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가격 방어를 위해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소각이란 가상자산을 영구적으로 제거한다는 뜻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소각을 통해 공급량을 줄여 토큰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각 방식입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가격이 2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가격에 연동한 토큰 소각 모델을 적용합니다. 가격이 10달러 오를 때마다 총 발행량의 1%를 소각하고, 누적 20%를 소각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시장에서 위믹스를 사들여서 소각하는 게 아니라, 회사 보유분을 소각합니다. 바이낸스코인(BNB), FTT 등 소각 모델을 적용한 다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시장 유통량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시장에서 사들이는 물량이 아니므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습니다. 홀더들을 위해 토큰 소각 모델을 도입했으나,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셈입니다.

보라 역시 토큰을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위메이드처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보라는 발행량이 고정돼 있던 기존의 정적인 토큰이코노미에서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토큰이 계속 발행되는 ‘동적인 토큰이코노미’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이 때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소각 모델을 도입한 건데요.

보라 측은 “시스템적 토큰 소각 모델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는 거버넌스카운슬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략적인 계획만 소개한 것이죠.

◆소각이 만능은 아냐…게임 업계 행보 주목

가격 방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두 기업이 토큰 소각 카드를 내세운 것은 P2E 게임의 핵심이 토큰이코노미이기 때문입니다.

두 기업의 ‘생태계 확장’ 목표가 이뤄진다면 위믹스 플랫폼을, 보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나 콘텐츠 서비스가 더 많이 생길텐데요. 해당 게임들이 쓰는 기축통화가 위믹스(WEMIX)와 보라(BORA)입니다. 게임마다 자체 토큰이 있다고 해도 해당 토큰들을 기축통화로 바꾸고, 그 기축통화를 거래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P2E’의 핵심입니다.

즉, 기축통화의 가격이 떨어지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서비스들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각 모델을 도입하는 등 조치를 취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소각이 만능은 아닙니다. BNB, FTT 등 소각 모델을 적용해 성공한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이는 시장 보유분을 사들여 소각할 때 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또 토큰을 소각했음에도 토큰의 수요 자체를 창출하지 못해 사라진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결국 토큰 소각을 한다고 해도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해 기축통화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위메이드와 보라가 첫 스타트를 끊은 만큼, ▲플랫폼 생태계 확장을 위한 파트너사 확보 ▲토큰 소각 이 두가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게임 업계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게임 업계가 이 두 키워드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 또 어떤 연관된 계획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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