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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페토’, 해외이용자 90%…국내 메타버스 규제 논의에 ‘고민’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도 네이버를 필두로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전세계 누적 가입자 2억80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는 9%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해외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최근 메타버스 윤리적 쟁점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 법‧규제 논의도 시작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국내와 글로벌 간 컴플라이언스 조율점을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23일 한기규 네이버제트 리더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주최로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열린 ‘메타시대 디지털 시민사회 성장전략’ 컨퍼런스를 통해 “향후 국내 법‧규제 준수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 운영에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페토는 이용자 90% 이상이 모두 해외 유저로, 글로벌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모든 법안과 규제 사항을 준수하기에 많은 리소스가 현재 투입되고 있고, 앞으로 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글로벌 서비스 운영에 있어, 컴플라이언스 기준과 원칙에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월 방통위는 메타 시대 디지털 시민사회 성장전략 마련을 위한 추진단을 출범하고, 메타버스 생태계 원칙과 규범, 디지털 시민성, 포용성 확보 방안 등 민간 중심 제도 논의를 시작했다.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 자체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폭행, 성범죄 등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했다. 이에 윤리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메타버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성범죄 예방 및 즉각 대응을 위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날 한기규 리더는 정부에 정책 완화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방향과 산업 성장을 위한 적극 투자를 요청했다. 또한 ▲인력 양성 및 투자 ▲교육‧커뮤니티 형성 ▲모더레이터 보호 등을 피력했다.

한 리더는 “메타버스 산업 성장에 따라 이용자는 급증했지만, 관리하는 운영 인력들은 많이 부족하다.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모더레이터 관련 운영자는 최소 2500여명 규모에 달한다”며 “메타버스 관련 아동과 보호자 교육도 필요하다. 정부가 자율적 규제위원회 차원에서 보호자와 자녀가 참여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용자 신고를 받아 수사기관 도움 요청을 받을 때, 이미지 캡처만으로는 피해 사실과 특정 유저를 확인할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전한 모니터링을 위한 목적이더라도 개인정보 수집에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페토 자체적으로 이용자 보호 노력도 병행한다. 주요 이용자 연령층이 13~24세인 만큼, 네이버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솔루션을 구축하고 모더레이션 담당부서를 통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특히, 콘텐츠‧아이템 등록 때 100% 검수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폭력‧선정‧편향적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걸러내고, 채팅(텍스트)에도 금지어를 계속 추가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 신고를 검증하는 운영팀도 별도로 존재한다.

한 리더는 “제페토는 현재 트러스트앤세이프티 전문가팀을 글로벌 체계로 운영하고 국내 커뮤니티 가이드를 고도화했다. 지적재산권 이슈, 콘텐츠 등급 분류, 개인정보 보호, 성범죄 행위 이슈 등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쟁점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합의 기반 메타버스 윤리‧개인정보 문제에 대응하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신설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에 자율적인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규제부터 시작하면, 자칫 국내 기업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윤리 원칙을 마련하고 시장 발전 양상이 가시화되면 구체적 실천 규범을 마련해 자율적으로 준수토록 한다. 자율규제 이후 필요하다면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메타버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인 만큼, 이를 선점하려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빅테크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메타는 구글과 애플이 독점한 모바일 플랫폼 종속에서 탈피해 독자적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디바이스‧플랫폼 등 전 분야 수직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퀘스트’, 소셜미디어 ‘호라이즌월드’, 증강현실(AR) 필터 제작도구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핵심 기술 서비스 연계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했다. AR디바이스 홀로렌즈, 협업 플랫폼 ‘메쉬’ 등이 있고, 최근에는 블리자드를 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 또한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메타버스로 확장하고, 디바이스와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올해 혼합현실(MR) 디바이스를 출시할 예정이고, 인공지능(AI) 저작도구를 배포하고 있다.

신수정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은 “메타버스 시대 여러 윤리적 쟁점과 갈등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데, 빠르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부작용을 예방해 나가야 한다”며 “규제와 프라이버시 권리 침해 부분을 강화하면 산업 활성화에 방해될 수 있으나, 잘 정리되지 않으면 건전한 메타버스 확산에 분명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윤리 원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메타버스는 삶의 혁신을 가져오고, 신사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발현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세상에서 디지털 시민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공동체적 가치와 인간 중심의 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원팀이 돼 협력과 상생 가치 위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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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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