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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왜 양자암호통신 기술 표준화에 집중할까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KT가 양자암호통신과 관련해 국제 표준화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공식표준화기구가 승인한 양자암호통신네트워크 표준의 절반은 KT의 표준이다. 최근엔 양자암호키분배기(QKD) 성능평가 기준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로부터 국제 표준 승인을 받기도 했다.

다만 표준화엔 일장일단이 있다. KT가 양자암호통신 시장에서 기술 주권을 확립할 수 있지만, 표준화를 너무 잘해놓다 보면 다른 기업에 양자암호통신에 핵심인 암호화 방식이 드러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업계는 KT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표준을 지속 개발하는 배경엔 시장 선도 뿐 아니라 전 세계 양자암호통신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봤다.

◆ 양자 표준에 집중하는 KT…“경쟁에 유리한 환경 조성”

표준(Standard)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나 이용하는데 있어 필요한 합의된 규약을 의미한다. 기술의 개방 및 시스템 간의 호환성을 통한 신기술 확산이 목적으로, 신기술 개발 유도에 방점을 두고 있는 특허와는 차이가 있다. 통신에서 표준은 특히 중요한데, 다른 시스템·기종이더라도 원활한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해외 어디에서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글로벌 로밍 서비스도 이런 표준화의 결과다.

KT는 이런 표준 제정에 힘써왔다. 최근 KT는 독자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기준이 ITU로부터 세계 최초로 국제 표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KT가 지난 3년 동안 ITU로부터 승인받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관련 표준은 총 3건(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의 구조 및 프레임워크,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기능 요구사항,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의 제어 및 관리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의 서비스 품질 파라미터와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 등 다른 2건도 회원국 회람을 거쳐 조만간 ITU 표준으로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기준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표준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KT가 이런 표준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 선도다. 어떤 표준이 시장에서 채택되면 다른 기술이나 표준으로 쉽게 전환할 수 없게 된다. 표준 제정 과정에서 이미 소비자 및 시장의 요구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업체들 역시 표준에 따라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줄인다.

KT 관계자 역시 “제조업체들은 표준에 맞춰 장비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 소비자들 역시 저렴하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고 글로벌 진출할 때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너무 작은 양자암호통신 시장…KT, 기술 개방해 키운다

사실 기술 경쟁력 확보에서 표준의 중요성은 익히 검증된 내용이다. 다만 많은 표준을 확보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보안 기술인 만큼, 보안 방식이 표준을 통해 드러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그럼에도 KT가 표준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선 초기 단계의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있다.

KT의 전략을 파악하는데 앞서, 우리는 양자암호통신 시장 현황에 대해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 양자암호통신시장의 경우 이동통신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SK텔레콤과 KT가 일부 유선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상용화 초기 단계에 돌입했다. 하지만 완벽히 상용화되기까지 가야할 길은 멀다. 결국 표준을 통한 기술 개방으로 시장 선도와 함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KT의 의도가 엿보인다.

최근 KT가 ITU로부터 승인받은 표준에서도 이런 고민은 드러난다. KT가 ITU 국제표준으로 승인을 받은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 기준’은 QKD의 성능을 드러내는 지표인 ▲응답지연(Response Delay) ▲응답지연변이(Response Delay Variation) ▲손실율(Loss Ratio)에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적용한 것이다. 지금까진 QKD의 성능을 측정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었다.

이에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 기준이 도입되면 고객에게 객관적인 품질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양자암호 전용회선 상용화에 요구되는 약관 신고사항인 서비스품질 협약(Service Level Agreement·SLA)의 규정이 가능해진다.

KT 관계자는 품질평가 기준의 중요성과 관련해 "양자암호통신의 향후 타겟층은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시설"이라며 "이에 기술 자체가 얼마나 상용화돼 있고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부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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