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89] 영원한 비밀은 없다,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에 관하여

지현주

[법무법인 민후 지현주 변호사] 정보가 곧 경쟁력인 시대. 영업비밀은 기업의 단순 자산을 넘어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을 몰래 빼내오거나, 경쟁업체의 인력을 유인하여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일 역시 왕왕 일어난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 무기인 영업비밀은 영원히 비밀로써 보호받는 것일까? 영업비밀의 시간적 보호 범위에 관해 알아보자.

영업비밀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한다. 영업비밀 보유자는 침해자를 상대로 금지 및 예방청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1조), 영업비밀 침해자는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동법 제18조).

영업비밀의 보호기간

이처럼 우리 법은 영업비밀보호에 적극적이며, 영업비밀 침해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업비밀은 무한정 보호받을까?

판례는 영업비밀의 경우 보호기간이 있고, 보호기간이 도과한 경우 영업비밀로써 보호받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이 보호되는 시간적 범위는 당사자 사이에 영업비밀이 비밀로서 존속하는 기간이므로 그 기간의 경과로 영업비밀은 당연히 소멸하여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으로 된다고 보아야 하는바, 그 기간은 퇴직 후 부정한 목적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없는 평온·공연한 기간만을 가리킨다거나, 그 기산점은 퇴직 후의 새로운 약정이 있는 때 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때라거나, 나아가 영업비밀 침해금지 기간 중에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기간만큼 금지기간이 연장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시간적 범위를 벗어난 영업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24528 판결).

대법원은 영업비밀의 보호기간 산정에 관하여,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걸린 시간,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종업원이었던 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즉, 영업비밀은 무한정 비밀로써 보호받는 것이 아니고, 영업비밀로써 보호받는 시간적 범위인 보호기간을 도과하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해당 정보가 유출된다 하더라도 정보 취득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구체적인 보호기간 산정

그렇다면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은 얼마일까? 우리 법원은 사안에 따라 영업비밀에 관하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하여 그 기간을 달리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차량 내비게이션의 회로설계 정보에 관하여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종기는 원고가 차량에 적합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데 소요된 기간, 피고들이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 회로설계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는지 등을 고려하여, 피고 3 등이 내비게이션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던 시점인 2010. 9. 1.경부터 차량에 적합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1년 6개월 정도가 지나는 2012. 3.경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또한, 법원은 '근로자의 퇴직 후의 영업비밀유지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의한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은 근로자의 퇴직시점을 기준으로 1년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04. 11. 19 선고 2001가합2507 판결).

다만, 판례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영업비밀 유지에 관한 약정기간이 있는 경우, 해당 약정기간을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24528 판결은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기밀보호계약에서 퇴직 후 3년의 기간을 비밀유지기간으로 약정한 사실에 근거하여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을 3년으로 판단한 바 있다.

결국, 기업의 영업비밀은 정보나 침해자의 특성, 보유자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보호기간을 개별적으로 산정하고, 따라서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현주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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