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29일 카카오 사내이사 신규 선임 -‘비욘드 코리아’에 진심인 ‘소통왕’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스스럼 없는 노출·무한 추진력에 크루 호감도↑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카카오가 남궁훈 시대를 맞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오랜 동료인 그는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통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기, 김범수 창업자는 또다시 믿을맨 남궁훈을 선택했다. 남궁 대표는 ‘모두의 일상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데 집중할 카카오 최적의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비욘드 게임’을 카카오게임즈 모토로 내세워 왔던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은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카카오 대표로 올라섰다. 남궁 대표는 ‘비욘드 모바일’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온라인에서 게임 이용자에게 플레이를 통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경험을 카카오로 이식한다는 포부다.
◆남궁훈 신임 대표는 누구?=남궁 대표는 김 의장과 25년을 함께한 막역한 사이다. 1972년생인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SDS에서 김 의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김 의장은 외환위기에 삼성SDS에서 나와 서울 한양대 앞에 PC방을 차렸다. 남궁 대표는 여기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김 의장과 함께 PC방을 운영하게 됐다. 여기서 둘은 1999년 한게임 창업까지 일궈냈다. 한게임 창립 멤버인 남궁 대표는 한게임 창립자인 김범수 의장과 차곡차곡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남궁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한게임 창업에 나선 뒤 탈모 때문에 나이 들어 보인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휴나 영업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됐고,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이 맡았던 NHN USA 대표직을 이어받아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이어 지난 2009년 12월 CJ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실적 부진과 게임하이 인수 실패에 대한 부담감으로 2년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위메이드 대표가 됐지만, 게임인재단 설립 뜻을 이루기 위해 2013년 돌연 사임했다.
남궁 대표가 정식으로 김범수의 카카오에 합류하게 된 건 2015년이다. 남궁 대표가 직접 창업한 엔진(NZIN)에 카카오가 투자하면서다. 김 의장이 2008년 NHN USA 대표를 그만두면서 둘의 인연도 공적으론 끝난 듯 했지만, 2015년 카카오로 다시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남궁 센터장은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로 선임됐다. 엔진은 다음게임과 합병돼 2016년 카카오게임즈로 탄생했고, 남궁 센터장은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를 맡게 됐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를 성공시키고, 지난해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라이징’ 흥행을 이끌었다. 오딘:발할라라이징 흥행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카카오게임즈 경험, 카카오 해결사 원동력으로=이처럼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하고, 카카오게임즈를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진행했다. 이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미래를 준비해오는 등 카카오톡 다음 단계의 비전을 고민했다. 이사회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할 최적의 리더라고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 이사회는 남궁훈 대표가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사회는 추천 사유를 통해 “남궁 대표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 경영에 전념할 뿐 아니라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와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카카오 공동체 전반에서 관련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통왕 면모 기질 다방면 뽐내…탈모부터 노안까지=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내정자로 된 순간부터 취임 전까지 격의 없는 대내외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카카오, 그리고 대기업에서 이렇게까지 친근한 소통을 선보이는 이는 손에 꼽힐 정도다.
남궁 대표는 탈모, 노안 등 개인 콤플렉스 극복 이야기부터 성장 비전까지 소통 주제에 한계를 두지 않으며 크루(임직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대다수 경영자들이 정제된 발언, 전략적 모호성, 신비주의 등으로 노출을 적게 하며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남궁 대표는 크루들에게 스스로를 ‘탈모인’이라고 표현했다. “여자 사람 친구가 한참 날 쳐다본 후 ‘헉~!’ 하는 감탄사를 육성으로 내뱉었는데 그때의 아픔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첫 직장 신입 연수 시절 내 별명은 부장님이었다” 등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TMI(과도한 정보)를 전했다. 크루들도 그의 날것 이야기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특히 남궁 대표는 임직원들과 사내 게시판에서 댓글을 주고받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러한 모습은 골목상권 침해 및 주식 먹튀 논란으로 침울해 있었던 내부 분위기를 동적으로 움직이는 데 한몫했다. “이번엔 정말 다를 것 같다” “한 번 다시 믿어보자”는 사내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선 임직원과의 한뜻 한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임직원 도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남궁 대표는 “카카오에 마음과 의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상의했다”며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엔 임직원(크루) 응원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추진력도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남궁훈 대표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출사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앙 집중적인 해외 전략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이 일상이 되도록 하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게이미피케이션 비전을 받든다. 롤플레잉 채팅과 오픈채팅을 선보이며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를 형성, 전세계인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