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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보상약관 개정 ‘감감무소식’…국회 직접 나서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지난해 10월 KT의 전국적 네트워크 장애 사고를 기점으로 손해배상 약관을 개선하기로 약속했지만, 벌써 반 년 가까이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소극적 대응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강제하는 법률을 통과시킬지 주목된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이날 오후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약관상의 손해배상 기준을 이용자와 협의하게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양정숙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이용약관을 신고할 때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은 반려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가 중단돼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 기준을 이용자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 또한 ▲손해배상 기준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손해배상 기준을 마련해 협의를 권고하도록 했다.

같은 시기 변재일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약관을 신고할 때 요금 반환 및 손해배상 방법을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중대과실로 인한 서비스 장애 및 중단을 ‘금지행위’에 포함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용자 신규 모집 금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 보다 강력한 규제 권한을 실어줬다.

두 개정안은 모두 지난해 10월25일 KT 통신장애를 계기로 발의된 것이다. 당시 KT는 약 85분간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켜 많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으나, 현행 이용약관으로는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어 문제가 됐다. KT의 경우 약관과 관계 없이 보상 절차를 진행하긴 했지만, 통신사들의 이용약관이 불합리하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이에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방통위와 협의해 손해배상 약관 개정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반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별다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여전히 사업자들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약관 개정은 원칙적으로 사업자들이 정부에 ‘신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통신사들은 더 이상 자율적인 약관 개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장애 발생시 직접적으로 규제기관의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통신사들의 더딘 약관 개정 작업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 중심의 약관 개정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통신 장애 같은 경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이 많은데 여기에 일일이 규제를 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적 강제보다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도 낫다”면서 “(약관 개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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