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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종욱 각자 대표 자진 사퇴…지주형 회사 전환 검토 (종합)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박종욱 KT 각자 대표가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자진사퇴했다. KT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사퇴에 따라 안전보건총괄(CSO) 자리도 공석이 됐다.

KT는 앞서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구현모 단독 대표 체제에서 구현모·박종욱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경영기획부문장이었던 박 대표는 CSO를 통해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박 대표의 자진 자진사퇴로 KT는 다시 구현모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KT는 3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선 ▲제40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6개 안건이 승인됐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4조8980억원,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41.2% 증가한 1조6718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제40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대비 41.5% 증가한 주당 1910원으로 확정했다.

차기 CSO는 누가?…지주형 회사 전환 의지 드러내

이날 주총에서 가장 민감했던 안건은 박종욱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따라 안전보건업무총괄담당(CSO)에 선임된 박 대표의 임기는 당초 1월 27일부터 이날 정기주주총회일까지였다. KT는 앞으로 CSO 선임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1991년 입사한 이래 KT에서 그룹 차원 경영전략 수립, 인수합병, 투자를 포함한 재무 관련 영역을 총괄해온 핵심 임원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2017년 회사 자금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소위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약식 기소됐다.

올해 1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가 인정돼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식 재판을 청구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KT 노조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해왔다. 여기에 KT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지분 12.68%를 보유한 최대 주주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을 반대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KT는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공식 언급했다. 하나금융투자 등 투자사들은 KT가 내년 물적문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바 있다. 구현모 대표는 이날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엔 분명히 관심있다”며 “앞으로 사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 콘텐츠 쪽은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묶었고, 금융쪽은 비씨카드를 중심으로 케이뱅크가 달려있는 모양새”라며 “지주형 회사 전환이 된다면, KT 주가는 더욱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주가 상승 여력 아직 있어…밀리의서재·케이뱅크 IPO 기대

KT는 올해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작년에 인수한 전자책기업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가 IPO를 준비 중이다.

이날 구 대표는 “특히 케이뱅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를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며, 케이뱅크의 경우, 상당한 기업가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IPO를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로 비씨카드를 꼽았다.

주가 상승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10% 이상 떨어졌지만 KT 주식은 오히려 약 15% 올랐다. 그는 “아직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부수업무’를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금융계열사인 비씨카드, 케이뱅크 등과의 협력을 통해 통신·금융 데이터 등을 융합한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앞서 KT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정관 개정 통해 주주환원 방법 다양화…“주주가치 제고”

이날 KT는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환원 방법을 다양화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지만,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구현모 KT 대표는 “예를 들어 4월 1일 분사하는 KT 클라우드의 경우, 당장 상장 계획은 없지만 만약 IPO를 해서 몇조원 규모 회사가 된다면 주주가치 보호방안을 충분히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며 “KT 기업가치 뿐 아니라 주주가치도 향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과태료 부과 건과 관련한 주주들의 항의가 거셌다. 지난 2월 SEC는 해외부패와 회계부정 등을 이유로 KT에 630만달러(약 75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린 바 있다.

KT새노조 등도 이날 주총장 앞에서 ‘SEC 철퇴, 국민기업 KT지배구조 정상화 위한 주주총회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 SEC 과징금 철퇴 등에 대한 향후 조치에 대해 물어보는 한 주주에 질문에 대해 구 대표는 “현재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설치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부금 등에 대해 검증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SEC 과징금은 유가증권 처리 관리체계와 관련했던 내용인 만큼, 이를 완전히 바꿨다”며 “임직원 교육을 강화해 컴프라이언스 관련 법률, 해외 회계규정 등에 대한 관련자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기소돼 있는 건도 지난 2016년 벌어진 일이었지만, 회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다”며 “회사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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