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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서방의 ‘소셜 미디어’…러,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까

박기록
서방의 빅테크 기업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기존 소셜미디어(Social Media)시장에서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과연 그 공백을 로컬 업체들이 메울 수 있을까.

러-우크라아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떠나 이같은 질문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소통이 일상화된 우리에게도 사실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서방의 주요 소셜미디어들은 3월초 러시아 정부와 이어진 격한 갈등속에 러시아내 서비스가 차단됐다.

그리고 이후 몇 주 동안,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공백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관련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Gazprom)이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그룹 소속 IT 회사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서방 소셜네트워크미디어들의 빈자리를 급속하게 메워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는 페이스북을 대신해 ‘브이콘타테’(VKontakte)가 서방의 소셜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브이콘타테’는 일일 평균 5000만 명 이상의 활성화된 사용자(액티브 유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평소 러시아 온라인 월간 유저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브이콘타테’는 지난 3월 이후, 58만5000명 이상의 새로운 사업주들이 기업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미용실에서 옷가게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또한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3월 24일까지 한달간 이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 양은 이전과 비교해 11% 급증했다. 반면 같은기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러시아어 콘텐츠의 양은 각각 5%, 16%, 30%씩 감소했다. .

‘브이콘타테’는 페이스북처럼 광고, 앱 개발자의 수수료, 구독료 및 일회성 사용자 지불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이외에 이메일 계정 제공, 게임 유닛 등으로도 매출을 올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도 갖는 모습이다. 지난 3월말, 러시아의 국가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고위 관계자는 현지 미디어인 텔레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사용자에게는 대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소셜미디어가 빠져나가도 전혀 불편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가즈프롬이 만든 러시아판 ‘소셜미디어 공룡’…과연 성공할까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즈프롬은 사실 거대한 ‘가즈프롬 미디어(Gazprom Media)’ 그룹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작년 12월 브이콘타테의 지분을 대거 확보했으며, 지속적인 자본투자를 통해 서방의 소셜미디어와 대적할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당초 올해 런던 증시에도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경제 제재로 서방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무산됐다.

지난 2020년 말, 가즈프롬 미디어는 '유튜브'와 매우 유사한 비디오 호스팅 플랫폼인 '루튜브'(RuTube)를 인수했다. 최근 유튜브가 러시아에서 압력을 받고 있기때문에 '루튜브'가 그 틈을 이용해 이용자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루튜브'가 '유튜브'를 넘어설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즈프롬 미디어에 따르면, 류튜브의 월간 사용자 수는 작년 12월 말 현재 1770만 명으로, 올해 1월 러시아에서 유튜브가 8천950만 명이다.

서비스의 질과 속도면에서 아직 기존 미국의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비할바는 못된다는 평가다. 이는 러시아 당국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 가즈프롬 미디어는 작년 11월 러시아에서 '틱톡'의 대향마인 ‘야피’(Yappy)를 공개했다. 러시아의 약 320만명의 사용자가 '야피'를 인스톨 했지만 틱톡은 이미 1000만명 이상의 유저가 사용하고 있다.

또한 명실상부한 인스타그램(Instagram)의 러시아판 모조품인 '로스그램'(Rossgram)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 역시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는 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는 구글 플레이와 같은 앱 스토어의 대안도 만들고 있다.

러시아 당국의 자체 소셜 미디어 플랫폼 개발 사업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서방 미디어들과의 충돌을 계기로 더 큰 필요성을 느꼈을지 모른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하면 러시아의 소셜 미디어플랫폼은 그 기능측면에선 서방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속성, 즉 이념을 초월한 자유로운 참여 정신까지 모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영 '가즈프롬 미디어'의 주도로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러시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대체 사업들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유저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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