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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3년 보고서]① 5G 가입자 2200만 시대…韓 꿈꿨던 모습 이뤘나

강소현

3년 전, 대한민국이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5세대이동통신(5G)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다. 대한민국 주도의 초연결·초지연 시대를 열었다는 기대감에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축배를 들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5G 기반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점쳐졌다. 긍정적인 전망 속에 어느덧 5G 가입자도 220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5G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잦은 먹통 현상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3년 간의 5G 성과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대한민국이 5세대이동통신(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룬 지 3년이 됐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19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1998년 초고속인터넷를 세계 최초 상용화한 이후 20여년 만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성과였다. 상용화 3년 만에 5G 가입자 수는 2200만명을 넘어서며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5G 시대는, 3년 전 우리가 꿈꿨던 모습 그대로일까. 2019년 대한민국이 그렸던 초연결·초지연 시대를 돌아봤다.

◆가까스로 얻었던 '세계 최초' 타이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정한 5G의 공식 명칭은 ‘IMT-2020’이었다. 국내에선 2011년 5G 연구개발에 착수한 가운데 당시 언론은 5G에 대해 “4G를 뛰어넘는 기가급 속도 구현” “3D와 4D 동영상까지 모바일로 실시간 전송할 특급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대중의 기대감을 높였다.

본격적으로 5G 상용화 준비가 이뤄진 건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였다. 2017년 말 로드맵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같은 해 4월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신규 설비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 공동 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당초 정부가 목표한 상용화 시점은 2019년 3월이었다. 다만 통신3사는 정부 목표에 맞춰 통신환경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국내 5G 상용화 목표 시점이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가 불확실해졌던 때도 있었다.

실제 간발의 차이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길 뻔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마지막까지 미국 최대 이동통신 버라이즌과 이 같은 타이틀을 두고 경쟁했다. 정부와 통신3사가 구체적인 5G 상용화 시점을 두고 고려하던 중, 미국 현지에서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시점을 4월11일에서 4일로 앞당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과학기술보통신부와 통신3사는 5일로 예정됐던 5G 첫 개통을 급히 당일 밤 11시로 당겼다. 5G 1호 가입자는 피겨 선수 김연아와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 독도에 거주 중인 통신사 직원의 아내 등 8명이었다.

◆5G의 경제적 파급효과, 12조달러·2200만개 일자리

상용화 당시, 5G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굉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5G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최고경영자(CEO)는 "5G는 미래를 연결할 핵심 요소이자 혁신 기술"이라며 "5G 상용화로 2035년쯤에는 12조달러의 경제 유발 효과와 2200만개의 새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5G를 처음 상용화한 선도국으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세계 최초 상용화로 5G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며 “당시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제조사는 5G 단말기를, 제작사는 5G 콘텐츠를 다른 국가보다 먼저 개발해 해외 수출기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5G에 3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다. 특히 5G의 초저지연 특성은 자율주행·원격 로봇수술 등 정밀하고 안전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실시간 응답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론상 시속 100km로 주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에 LTE로 정지신호를 넣을 경우 최소 81cm에서 135cm 이동한 후 멈추지만 5G에선 제동거리가 2.7cm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율주행 차량에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도 초저지연 통신이 필수적이다. UAM은 전기동력으로 움직이는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다. 수백미터 고도 위를 날아다니는 ‘플라잉 카’ 등 에어모빌리티의 경우 기존의 통신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데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5G로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수가 많아지면서 초연결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됐다. 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에서 나아가 메타버스를 통해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융합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B2C 중심의 국내 5G 시장…킬러콘텐츠 개발에 집중

지금까지 국내 5G 시장에선 통신3사 주도의 VR·AR·메타버스 콘텐츠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 상용화 초기 5G 시장의 양적 성장을 이끌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 시장에서의 킬러콘텐츠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 기반 서비스였다. 동영상이 태동하면서 이를 원활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소비자를 LTE 가입으로 이끌었다”며 “LTE에선 끊기니 5G를 가입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에 이 같은 시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3차원 영상으로 넘어가면서 5G는 기존의 통신망과 큰 격차를 보인다. 5G는 고용량의 데이터를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어 대용량의 콘텐츠 전달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VR HMD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과의 협업에 나섰다. 페이스북이 출시한 VR HMD ‘오큘러스 퀘스트2’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한 가운데 추후 자사 VR 콘텐츠를 해당 기기에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대 131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확장성과 미디어나 문서 등 자료 공유가 가능한 기능성이 ‘이프랜드’의 강점이다. 국내외 통신사 가운데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최근 주주총회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2’에서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이프랜드’를 꼽으며 “많은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SK텔레콤이 개발한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협업하고 싶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VR콘텐츠 제작에 집중해 왔다. KT는 재활 프로그램 등 이용자의 삶의 질을 높일 ‘VR 의료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VR HMD를 착용한 환자가 가상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활용해 망치질을 하거나 블록을 쌓으면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이나 신호 체계가 자극을 받아 환자의 손과 팔을 비롯한 상지 운동력이 향상된다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실감형 VR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VR 콘텐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인 ‘글로벌 XR 콘텐츠 텔코 얼라이언스‘를 꾸려 VR의 강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돌입하기도 했다. 최근 XR 얼라이언스의 첫 결과물인 VR 다큐멘터리 ‘우주모험가들: 국제우주정거장 경험’(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 시리즈의 에피소드3를 공개하기도 했다.

◆B2B·B2C 아우르는 서비스 목표…정부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 추진

다만 상용화된 5G 서비스가 B2C 영역으로 치중된 점은 현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B2C와 B2B를 아우르는 5G 융합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B2C 영역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 활성화는 아직 미비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B2B와 B2C가 융합된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5G의 목표”라며 “현재 국내 시장의 경우 B2B와 B2C로 각각 쪼개져서 각자의 영역에서 뭉쳐있다. 5G를 기반의 다양한 융합서비스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2C 서비스에 대해선 “소비자의 입장에선 LTE의 속도도 느리지 않았기 때문에 5G를 통해 빠른 속도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레이턴시(지연속도)가 관건”이라며 ”지연속도가 줄어들어 내 아바타가 내가 원하는 시점, 특정 가상공간에 있다는 것을 이용자가 체감하게 된다면 LTE와 5G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국내 메타버스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빠른 상용화로 테스트베드가 먼저 생기면서 디바이스가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이며, VR게임을 일반 게임장에서 플레이할 수 없는 등 법적 측면에서도 규제가 해소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480억원을 투입해 11개 이음5G (5G 특화망) 융합서비스를 구축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음5G가 융합서비스 확산의 돌파구가 마련되어 5G다운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창출되길 기대한다”며 “5G 확산과 세계 최고의 5G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5G+ 민·관 파트너쉽을 추진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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