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모리 업계, 가격·실적·주가 탈동조화 지속…왜? [IT클로즈업]

윤상호
- 메모리, ‘가격 급락→실적 악화’ 추세 완화 불구 주가 부진
- 업계, ‘투자 확대=공급 과잉’ 우려 과도 ‘한 목소리’
- 삼성전자·마이크론, 1분기 D램가 하락 딛고 전기비 매출 성장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시장조사기관 등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전망과 메모리 업체 실적의 탈동조화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장조사기관 중심 비관론이 득세했지만 관련 업체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로 이 같은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다.

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월31일 기준 PC용 범용제품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1G*8 D램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41달러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용 범용제품 128Gb 16G*8 멀티레벨셀(MLC)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81달러다.

D램 가격은 작년 7월 4.10달러를 고점으로 하락세다. 낸드 가격은 작년 7월부터 제자리다. 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가 정해진 물량에 매기는(B2B) 가격이다. 매 분기 초 조정한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전기대비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은 전기대비 최대 1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주장 근거는 PC 모바일 등 완제품 제조사의 메모리 재고량이다. 메모리 업계가 투자를 지속하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완제품 생산량에 비해 공급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다. 트렌드포스가 2분기 낸드 가격 상승을 점친 이유는 키옥시아의 생산 차질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작년 기준 세계 낸드 점유율 2위 업체다. 키옥시아 변수가 아니었다면 낸드 역시 D램처럼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시장조사기관의 시각이었다.

업계 판단은 다르다. 완제품 생산량 축소는 전체 공급망 혼란 탓이다. 시장 위축은 아니다. 수요는 이연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버 등 다른 응용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또 투자 유지는 생산능력(캐파) 증설도 있지만 공정 및 세대 전환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쪽의 시각차는 모두 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학습 효과다. 2010년대까지 메모리 가격과 업체 실적 같은 흐름을 탔다.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등락을 반복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었다. 사상 최대 실적은 사상 최악 실적으로 돌아왔다. 메모리 업계는 공격적 증설로 경쟁사를 밀어내는 전략을 병행했다. 시장조사기관은 등락 자체에 업계는 등락의 주기와 규모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결과는 업계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전처럼 메모리 가격이 급락했다고 업계 실적도 급락하는 흐름은 아니다.

세계 D램 점유율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29일(현지시각) 회계연도 2022년 2분기(2021년 12월~2022년 2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 77억8600만달러 영업이익 25억4600만달러를 달성했다. 전기대비 매출액은 1.3% 증가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PC용 범용제품 DDR4 8Gb 1G*8 D램 제품 고정거래가격이 2021년 1월 전월대비 8.09% 하락했지만 전체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D램 가격이 2분기에도 전기대비 하락한다는 전망에도 불구 회계연도 2022년 3분기(3월~5월) 매출액 예상치를 87억달러 내외로 제시했다.

세계 D램 1위 낸드 1위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7조원과 14조1000억원으로 집계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0.6%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1.7% 상승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갤럭시 S22 시리즈’ 출시 효과가 있지만 메모리 실적이 기대에 비해 많았다.

한편 투자자의 마음은 아직 비관론에 기울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에 이어 이날도 52주 최저가를 갱신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부진하다. 마이크론 주가도 약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도 각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경계현 대표는 “기술 리더십 우위를 지키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D램은 극자외선(EUV) 10나노미터(nm)급 제품을 세계 최초 생산하는 등 원가경쟁력 및 성능에서 앞서고 있다. 낸드는 업계 유일 128단 싱글 스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는 “메모리 업계 주가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과도하다”라며 “호황과 불황을 보는 시각차가 여전하다. SK하이닉스만해도 2012년 이후 생존 위협 등이 없었다.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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