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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신고 26개 질문 대답한 최수연, MZ세대 네이버 리더십

최민지
-슬랙스에 스니커즈 코디, MZ인 척 말고 진짜 MZ리더
-첫 공식 간담회에도 26개 질문에 막힘 없는 대답
-“팀네이버 구심점 되겠다” 글로벌 성장과 임직원 신뢰회복 과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고 젊은 기업 이미지로 쇄신하기 위해 ‘청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대중 앞에 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많다. 하지만, MZ세대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것일 뿐, 그들이 실제 MZ세대는 아니다. 그런데, 네이버 수장은 다르다. ‘척’이 아닌 ‘진짜’다.

네이버가 경영진 세대교체 후 한층 젊어지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3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밋업(NAVER Meetup)에 셔츠와 슬랙스 코디에 하얀색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에 등장했다. 시가총액 50조원이 넘는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수장이지만, 운동화를 신은 1981년생 젊은 리더에게 위화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임에도 불구하고,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쏟아지는 모든 질문을 소화했다. 최 대표는 내정자 때부터 직원과의 소통을 1순위로 삼았다고 한다. 새로운 네이버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에서도 ‘소통’은 계속됐다.

최 대표와 김 CFO는 이날 질의응답에만 1시간을 소요했다. 새 경영진은 첫 데뷔전인데도, 무려 26개 이상 질문을 당황하지 않고 모두 소화했다. 물론 발표와 인사말은 별도다. 이들은 글로벌 전략부터 조직개편, 주가, 메타버스, 인앱결제(앱 내 결제) 이슈까지 네이버와 관련된 전 사업분야와 이슈에 대답했다.

이날 최 대표는 “M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인터넷과 모바일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자란 세대다. 저 역시 그렇다”이라며 “(MZ세대인 본인이) 네이버 CEO가 된 것은 디지털을 만든 세대로부터 디지털에서 자란 세대로의 과감한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경영진 교체는 지난해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태에서 촉발됐다. 경영쇄신의 결과인 셈이다. 이에 최 대표는 직원과의 신뢰와 기업문화 회복에 중점을 뒀다. 직원들을 네이버라는 울타리 내에서 다시 하나로 뭉친 후, 글로벌로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다.

최 대표는 “밖에서 봤을 때 네이버는 굉장히 혁신적인 IT 기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20년 된 기업이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큰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진출하는 멋진 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홀하게 느낀 직원은 없는지, 개개인 성장을 체감하고 있는지 반성하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새로운 인사 정책만 발표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네이버는 근무 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직원이 직접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사 결과, 41.7%는 주5일 재택근무, 52.2%는 하이브리드(재택+출근) 근무를 희망했다.

최 대표는 “많은 분들이 재택근무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년간 전면 재택을 했을 때 생산성과 업무 협업에 있어 문제가 없었다”며 “MZ세대 특징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틀에 모두를 묶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고, 본인에게 최적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공감했다.

이어 “인터넷기업으로 협업의 가치와 합동의 시너지가 있는 만큼, 이를 독려할 수 있는 근무제를 설계 중이기는 하다. 잠깐 회사에 들러, 식사하면서 회의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들을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대표는 ‘팀네이버’를 여러번 강조했다. 최 대표는 CEO 역할은 팀네이버 구심점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하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생각과 감각이 젊은 리더들은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최 대표는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체계적 지원에 공을 들인다. 세세하게 사업에 관여하는 것보다, 다양한 도전과 성장을 가능케 하는 업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최 대표는 “6개 사업법인, 8개 CIC, 6개 프리CIC, 네이버 파트너 등 팀네이버는 앞으로도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든든한 구심점이 돼 각 사업 목표와 리더십을 확인하며 사업 단위 협업과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 새 경영진은 5년 내 글로벌 10억 사용자 확보, 15조원 매출 돌파, 150조원 시총 목표를 선언했다. 구글과 메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빅테크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글로벌 3.0 단계를 실행하고 일본, 북미, 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네이버 모든 사업은 일본시장에 진출하게 되며, 북미시장은 콘텐츠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강화한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투자도 지속한다. 글로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영업‧경영지원 스탭 부서를 ‘센터’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CEO 산하 조직으로 꾸린다.

신사업과 메타버스의 경우, CEO 직속으로 태스크소프팀(TFT)을 신설한다. 특히, 최 대표는 커뮤니티형 메타버스에 주력한다. 하반기에는 스포츠 서비스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계획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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