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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사기 같았던 블록체인 서비스들의 진화, ‘스테픈’으로 보는 진화과정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에는 ‘스테픈(STEP’N)’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대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최근 한 달 새 스테픈의 유틸리티토큰인 GST 가격이 60% 가량 올랐고, 거버넌스토큰인 GMT의 가격은 200% 넘게 올랐습니다.

최근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스테픈이 이에 한 몫 하기도 했습니다. 스테픈의 운동화 NFT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스테픈은 걸으면 토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명 ‘무브 투 언(Move to Earn, M2E)’ 서비스입니다.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단,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선 운동화 NFT를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이 최소 12솔라나(SOL)이기 때문에 약 150만원의 초기 비용이 듭니다.

초기 비용이 필요함에도 불구, 스테픈의 토큰인 GST와 GMT 가격이 크게 오를 정도로 서비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요. 화제가 된 스테픈을 보면서 ‘예전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19년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림포’라는 서비스가 비슷한 콘셉트였는데요. 림포와 흡사한 다단계 성격의 국내 서비스 ‘보니콘’도 있었습니다. 모두 ‘걸으면 토큰 보상을 준다’는 콘셉트였죠. 다단계 성격의 프로젝트는 당연히 실패했지만, 한국에서 4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유치했던 림포 역시 실패를 맛봐야 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 스테픈은 과거 서비스들에 비해 어떤 기능을 보완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기자도 직접 운동화 NFT를 구매해 스테픈을 4일간 이용해보면서 림포 같은 과거 서비스에 비해 어떻게 진화했는지 분석해봤습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스테픈’을 예시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의 진화 과정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NFT 구매를 위한 초기 비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과거에 비해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디앱)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명해보며 향후 시장 판도까지 예측해보겠습니다.

◆콘셉트는 같았는데…림포는 왜 실패했나

지난 2019년, 직접 림포를 이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림포는 걷기 등 운동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더리움 기반 ‘림포 토큰’을 주는 앱이었는데요. 림포 토큰으로 앱 내 마켓에서 운동화, 레깅스 같은 현실의 물건들을 살 수 있었습니다. 또 토큰도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주요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에도 림포 토큰(LYM)이 상장돼 있었죠.

당시 러닝이 취미였던 때라 주 5일 하루에 5km씩 한 달을 넘게 뛰었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뛴 셈이 되었지만, 앱 내 마켓에서 레깅스 하나도 구매하지 못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만큼 보상률이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5KM를 뛰어도 27원(1LYM=3원) 정도 벌 수 있었던 2019년의 림포.
5KM를 뛰어도 27원(1LYM=3원) 정도 벌 수 있었던 2019년의 림포.
림포도 4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으며 초반에는 인기를 끌었는데요. 왜 보상률이 낮아지고 토큰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었을까요?

원래 림포는 사용자들이 앱 내 마켓에서 토큰으로 물건을 사고, 이 점을 내세워 광고주를 확보하며 토큰이코노미를 순환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운동 보상으로 토큰을 모으는 것에만 중점을 뒀고, 토큰 보상이 마켓의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죠. 자연히 광고주를 모으기 힘든 구조가 되었고요.

마켓에서 물건을 사기보다 거래소로 출금해 현금화하려는 사용자들이 훨씬 많아지면서 앱에서의 림포 토큰 가격과 거래소에서의 가격에도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앱 내에서는 림포 토큰 가격이 약 10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반면 실제 거래소에선 3원인 식이었죠. 이렇게 토큰이코노미는 제대로 순환하지 못했습니다.

3년이 흐른 뒤 등장한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 스테픈은 어떨까요? 커피 사러 다녀오는 길, 딱 10분 매우 천천히 걸었는데 약 3만원 치 토큰 보상을 받았습니다. 스테픈은 속도가 빠를수록 더 많은 토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중간에 커피 사느라 멈췄기 때문에 평균 속도가 굉장히 느렸는데도 상당히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보상률을 보고 4일 동안 하루 1만 3000보씩 걸었더니 20만원치 토큰을 받았습니다.
단 11분을 걷고 약 3만원(1GST=5500원) 가량 벌 수 있는 스테픈.
단 11분을 걷고 약 3만원(1GST=5500원) 가량 벌 수 있는 스테픈.
토큰 보상을 거래소로 출금해 현금화하려는 것은 스테픈 사용자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어떻게 보상을 넉넉하게 줄 수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3년 동안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은 어떻게 발전한 걸까요?

◆NFT 있어야 시작 가능…‘초기 비용’이 주는 효과

우선 스테픈이 림포와 가장 다른 점은 NFT를 구매해야 서비스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죠. 즉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초기 비용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저렴한 운동화는 12SOL 수준으로, 약 150만원입니다.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토큰 보상만을 위해 가입하는 사람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스테픈은 ‘활성화 코드’가 있어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요. 이 활성화 코드도 하루 2000명에게만 풀고 있어 가입자가 제한적으로 늘어나도록 했습니다.
스테픈의 운동화 NFT 마켓플레이스 화면. 가장 저렴한 운동화 NFT가 11.979SOL.
스테픈의 운동화 NFT 마켓플레이스 화면. 가장 저렴한 운동화 NFT가 11.979SOL.
초기 비용은 엑시인피니티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도 존재합니다. 엑시인피니티도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선 엑시 캐릭터 NFT가 필요하죠. 서비스 이용을 위해 NFT를 구매하게끔 함으로써 신규 투자금이 모이면, 이 투자금은 사용자들에게 지급되는 토큰 보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초기 비용을 장치해두는 것이 높은 보상 유지와 토큰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초기 비용을 통해 신규 자금이 유입된다고 해도, 신규로 들어오는 자금보다 보상으로 지급돼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다면 토큰이코노미는 지속될 수 없겠죠. 신규 이용자는 서비스 초창기 수준의 보상을 받지 못해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려면 보상으로 지급되는 토큰이 현금화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앱 내에서도 쓰여야 합니다. 림포가 원했던 바도 이런 것이었죠.

스테픈에서 보상으로 지급되는 GST 토큰은 운동화 NFT의 기능을 높이거나, 에너지를 늘리는 등 앱 내에 사용처가 있습니다. 운동화 NFT의 기능을 높이면 보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적입니다. 또 운동 후 보상을 받으려면 게임 내 에너지가 있어야 하므로 에너지를 늘리는 데도 GST 토큰을 쓸 수 있고요.

즉, 기존 이용자들의 토큰 재투자가 이뤄지게끔 함으로써 토큰이코노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단순히 앱 내 마켓에서 물건을 사게끔 했던 림보포다는 한 발 더 나아간 방식이죠.

초기 비용은 또 다른 효과도 낳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조직이 생기게끔 하는데요.

엑시인피니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엑시 NFT 가격이 높아지면서 저소득층 이용자를 위해 NFT를 대여해준 뒤 이용자가 받는 토큰 보상의 일부를 수취하는 ‘장학금’ 제도가 생겼죠. 이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팀 체제로 뭉치면서 ‘블록체인 게임 길드’가 생겼고요. 일드길드게임즈(YGG)처럼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는 대규모 길드들도 생겨났습니다.

엑시인피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조직이 생기면서 서비스는 성공하고, 서비스의 기축통화인 토큰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렸죠. 스테픈 역시 운동화 NFT를 대여하고, 토큰 보상의 일부를 수취하는 ‘렌탈’ 기능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게임 요소도 진화…앱에서 토큰 소비하는 선순환 이뤄

앞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초기 비용’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한 경제 조직이 생겨나면서 서비스들이 진화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3년 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발전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게임적 요소가 많이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스테픈만 봐도 운동화 NFT의 기능을 높이고, 운동화를 추가 구매하는 데 토큰 보상을 이용하게끔 하는 등 게임적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열풍을 몰고 온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도 게임 본연의 기능, 즉 ‘재미’를 강조함으로써 토큰 보상이 게임 내에서 쓰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통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맛본 게임사들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개발하며 재미에도 집중하고 있죠.

‘P2E’를 넘어 ‘M2E’, ‘C2E(Create to Earn)’ 등 토큰 보상을 기초로 한 다양한 ‘Earn’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도 게임적 요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한 층 더 진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토큰이코노미 ‘지속가능성’ 챙기는 디앱들

정리하자면 최근 등장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즉 디앱들은 토큰이코노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연구하면서도 게임적 요소까지 챙기는 추세입니다.

초기 비용을 장치해둠으로써 높은 보상률이 이어지도록 하고요. 게임적 요소를 설치함으로써 앱을 계속 사용하고 싶게 하고, 토큰 보상도 앱 내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통해 이용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유틸리티토큰(앱 내에서 쓰이는 토큰)뿐 아니라 거버넌스토큰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토큰은 이용자들이 서비스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투표할 때 주로 이용됩니다. 거버넌스토큰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고요. 스테픈의 유틸리티토큰인 GST 가격보다 거버넌스토큰인 GMT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게 하나의 예입니다.

물론 스테픈을 비롯한 디앱들의 토큰이코노미가 영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지금은 잘 돌아가더라도 언제든 신규 이용자가 넘치고, 유틸리티토큰이 현금화되는 규모가 늘어나는 시기가 올 수 있죠. 다만 이전의 서비스들보다는 토큰이코노미가 길게 지속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엑시인피니티, 스테픈 같은 서비스들처럼 앞으로도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들은 사용자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토큰이코노미를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이 디앱들이 열어가는 웹 3.0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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