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빛으로 암세포 죽인다" UNIST연구진, 안전한 '광감각제' 개발

신제인
-산화력 강력한 '일중항산소' 생성의 새 방향 제시
-기존 광감각제의 중금속 문제 등 해결

사진 하단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민승규 교수, 권태혁 교수, 이채규 연구원(제1저자), 노덕호 연구원, 이채헌 연구원, 김태인 연구원(제1저자). (출처: UNIST)
사진 하단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민승규 교수, 권태혁 교수, 이채규 연구원(제1저자), 노덕호 연구원, 이채헌 연구원, 김태인 연구원(제1저자). (출처: UNIST)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암 치료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지 모른다. 레이저 광선에 반응해 암세포나 세균을 공격하는 신물질이 개발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로 국한되어 있던 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공기나 식수의 효과적인 살균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권태혁·민승규 교수팀은 연세대 화학과 김병수 교수팀과 함께 물과 친화적인 생분해 고분자 물질인 ‘폴리글리세롤’을 기초로 한 광감각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광감각제는 자신이 흡수한 레이저로 주변의 산소를 ‘활성산소’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는 강력한 산화력이 있어 암세포나 세균을 공격해 죽인다. 특히 활성산소의 한 종류인 ‘일중항산소’는 산화력이 매우 강해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일중항산소를 만드는 기존의 광감각제에는 문제가 있었다. 독성을 지닌 중금속이나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물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몸에 해로운데다 물을 기초로 한 체액에 잘 녹지도 않았던 것이다.


연구진은 광감각제의 분자 구조에 질소를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질소를 넣으면 생체물질과 친화적인 ‘폴리글리세롤’이 생기는데, 이를 주원료로 하는 광감각제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든 물질에 레이저 빛을 쏘면 일중항산소가 몸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체액과 어울리며 작동할 수 있었다. 레이저 빛은 몸 속에 넣은 복강경을 이용해 환부에 쪼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새롭게 만든 광감각제가 암세포와 세균의 성장 속도를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뿐만 아니라 공기나 식수를 살균하는 데에도 이번 연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권태혁 교수는 “광감각제를 통해 만든 활성산소는 나쁜 세포를 광범위하게 공격한다”며 “암 종류 등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 골드지’ 최신호에 실렸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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