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KT 구현모 대표는 왜 ‘로봇’에 꽂혔을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가 로봇 사업에 불을 붙였다. 삼성·LG전자 등 제조사들의 로봇에 KT의 기술력을 입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른바 ‘디지코(DIGICO)’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작업 중 하나로, 구현모 KT 대표 역시 직접 관심을 표하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로봇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KT의 인공지능(AI) 기술과 자체 솔루션이 탑재된 로봇을 실제 KT의 통신 영업망을 기반으로 판매·관리까지 하는 방식의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LG전자나 삼성이 로봇을 만들면 그걸 컨설팅하고 관리하는 건 KT가 잘해왔기 때문에, 로봇 제조사들과 협업해 우리나라 로봇 생태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 대표의 ‘로봇’ 언급은 의도된 행보로 보여진다. 구 대표는 이날 월드IT쇼 부스투어 도중 홀로 동선을 바꿔 LG전자 전시관을 방문, LG 클로이 로봇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도 특별히 ‘로봇’ 관련 질문에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 대표는 “로봇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시기가 곧 온다 생각했고, KT도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KT는 2020년 AI·DX융합사업 부문(KT엔터프라이즈)에 AI로봇사업단을 신설하고, 상업용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AI 방역로봇, AI 서비스(배달)로봇, AI 호텔(안내)로봇, AI 뉴바리스타 로봇, AI 케어로봇 등 다양한 상업용 로봇을 선보였다. 올 하반기에는 실외 배달까지 지원하는 실내외 통합 배송로봇도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KT 로봇 사업의 방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는 AI 방역로봇 출시와 함께, 로봇 사업을 단순 제품 공급이 아닌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정의했다. 로봇의 설치부터 원격 관제, 매장 컨설팅과 AS, 매장 네트워크 구축에 이르기까지 종합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구현모 대표의 발언에 따라, 현재 KT가 주도 중인 ‘AI 원팀’에 이어 로봇 사업협력을 하는 ‘로봇 원팀’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KT가 2020년 2월 출범한 ‘AI 원팀’은 LG전자를 비롯한 산학연이 함께하는 연구개발 협력체다. AI 원팀은 최근 로봇 실내 공간지능 기술과 로봇 소셜 인터랙션을 포함한 AI 로봇 기술 4종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로봇 시장은 오는 2025년 기준 누적 23만대의 로봇이 보급되면서 시장 규모가 2조8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로봇 시장의 중심이 기존 제조 로봇 위주에서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속속 로봇 사업 진출을 알리고 있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로봇 산업은 계속해서 커질 텐데, 그 수혜를 받는 것은 오히려 제조사가 아니라 KT와 같이 전국 서비스를 해오면서 기업서비스(B2B) 영업력을 갖춘 회사들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KT의 로봇 사업은 구현모 대표가 취임 이래 강력히 추진해온 탈통신과 디지코 기업 전환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는 지난 14일 개최한 ‘디지털-X 서밋 2022 콘퍼런스’에서도 디지털전환을 위해 주력하는 사업 중 하나로 로봇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에는 취임 이후 첫 전략적 투자 분야로 로봇을 택하기도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