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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팜유’까지…국내외 반도체주, 결국 끝나지않은 ‘잔인한 4월’

박기록
반도체는 결국 돌고 돌아 소비재다. 물가가 급등하면 정부는 긴축 재정과 금리인상으로 이를 억제한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하다면 경기침체도 기꺼히 감수하면서 한꺼번에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빅스텝’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를 방치했다간 국민들이 보유한 현금 가치가 갈수록 디스카운트(가치절하)되고, 궁극적으로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소비(경기)침체가 결국 반도체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에 최근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거시경제(Macro)측면에서의 문제가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큰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마감된, 미국 증시에서 대표적인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전장대비 3.31%하락한 195.1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4월1일 주가가 267.12달러였던것과 비교하면 3주만에 주당 72달러나 빠졌다.

이날 AMD도 전장대비 1.90% 빠졌다. 웰스파고는 AMD의 목표주가를 180달러에서 140달러로 크게 낮췄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는 가뜩이나 최근 GPU(그래픽칩)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격파가 더해진 모습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제조·유통업 관련 16개 미국 회사의 주가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역시 지난 한달간 22% 이상 하락했다.

◆외국인, 삼성전자 끝없는 매도… 러-우 전쟁이후 글로벌 거시경제전망 나빠지면서 본격화

이달초 역대급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결국 ‘6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지난 22일 1.03% 하락한 6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1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순매도를 보였다.

그보다 앞서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가 본격화된 시점은 지난 2월24일,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다.

기존의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공급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양적 긴축과 함께 5월 금리인상은 이제 불가피한 수순으로 예측된다.

◆5월 美 금리 인상 예고, 원-달러 환율상승 불가피…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 부채질

꼭 삼성전자가 아니더라도 한국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악재일 수 밖에 없는 고전적인 이유다.

원-달러 환율이 기존 1100원대에서 1200원대로 10%오르면, 외국인의 입장에선 그만큼 앉아서 손해를 보게된다. 한국 주식을 되팔아 달러로 환전할 때, 달러를 기존보다 10% 비싸게 사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 연준의 5월 금리인상은 그 자체로 금리차에 의한 국제 금융자본의 국내 유출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인상까지 초래시켜 외국인들의 매도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 금융 당국도 기준 금리를 미국과 괴리가 나지 않도록 인상해야하고, 이를 통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국내 수입물가의 인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입의존도가 사실상 100%인 원유, 에너지, 곡물 등도 원-달러 환율 상승폭 만큼 그대로 국내 물가로 전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정상화하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재화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팜유 공급 50%, 인도네시아 수출 중단…글로벌 물가 더 악화

세계 50% 이상의 팜유를 생산 수출하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식용유와 원료물질(팜유 등)수출을 중단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식물성 유지(기름)인 팜유는 직접적으로 국제 식용유 가격 뿐만 아니라 식료품의 제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식품물가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러시아 사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및 곡물 인상도 버거운 상황인데,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으로 물가 불안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어려운 거시경제지표 관리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으로 더욱 어려워진 형국인데, 이는 결국 주식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와 함께 기업실적 하락의 과정을 지나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당분간 기업 내부의 개별적인 이슈보다는 글로벌 거시경제지표의 양호한 반전이 일어날때까지, 매크로측면에서의 흐름을 체크하면서 인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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