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 기고]특금법 실명계정: 독소조항인가 양법미규인가?

정혜수
글 : 정혜수 알앤씨글로벌 대표이사 (사진)

트래블룰 시행이 한달여가 지나가면서 트래블룰 솔루션 도입, 시행과 관련한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외거래소 및 신고하지 않고 운영 중인 국내거래소 등과의 연동과 관하여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상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취득’(이하 실명계정) 조항이 독소 조항이라는 의견이 함께 대두되었다.

논거는 트래블룰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의 실명계정 발급이 무의미해짐과 국내법인 실명계정 조항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실명계정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문은 자금세탁이 점진적으로 지능화·다양화·고도화되는 현실정에 자금세탁방지의 관점에서 선진적으로 제정된 양법미규로 판단된다.

우선 트래블룰과 실명계정 발급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트래블룰은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10에 의거하여 100만원 이상에 상당하는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경우에 가상자산 송수신자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의 4가지 정보를 거래상대방인 가상자산업체에 제공해야하는 ‘가상자산이전 시의 정보제공에 관한 법률’이다.

이는 현재 법령 시행 초기에 있어 솔루션을 도입하고 거래하는 주요 사업자를 연동시키는 통증과 혼란을 겪고 있을 뿐이지, 전통금융업계에 부과된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 특금법 제5조의3가 가상자산업계에 획정된 유사법률에 불과하다. 트래블룰이라는 이름 역시 미국의 은행비밀보호법(Bank Secrecy Act, BSA) 규칙 [31CFR 103.33(g)]에서 유래한다.

반면 실명계정에 관한 조항은 특금법 제7조제3항제2호에서 명시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실명계정을 통한 금융거래를 의무화하는 조항으로 동일 금융회사등에 개설된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좌와 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계좌사이에서만 금융거래 등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전통금융권과 가상자산업권 사이의 자금 및 가치 이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과 가상자산 사업자의 AML 시스템 평가를 수행하는 두가지 순기능이 있다.

즉,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국한되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가상자산을 이전할 시에 관련 송수신인과 가상자산 주소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여 가상자산의 이동에 꼬리표를 붙이게 하는 법문이 반면, 실명계정 조항은 가상자산과 명목자산 사이의 가치 이전을 추적하게 하는 법규이다.

이는 자금세탁에 취약한 전통금융회사, 특정비금융사업자(Designated Non-Financial Businesses and Professions, DNFBPs), 가상자산사업자 각각에 AML/CFT 의무를 부과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 자금세탁에 취약한 섹터 사이의 가치 이전을 연결하는 선례를 만든 법령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자금이 합법화되는 과정은 금융회사와 국가를 넘어 일어나는 양상이 흔하기 때문에 전체 과정을 망라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명계정은 명목화폐와 가상자산의 가치 이전을 라벨링하여 ‘Follow the Money’라는 자금세탁방지의 궁극의 목적을 이루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의 트래블룰이 제정되고 시행되었던 환경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금융의 영역이 생겼고 실명계정 조항은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생긴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다.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업계의 현재 시장가치, 거래량, 향후 폭발성 및 기존 전통금융업계와의 융합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초기에 조문화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 글로벌 No.1의 양법 법제화였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트래블룰, 실명계정 조항 등 현재 마련되어 있는 법안을 이행하는 것과 더불어 지자체 등 공공의 영역에서 조례를 만들고 시장참여자를 포함하는 자율시장기구를 추가로 만들어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 및 감독 생태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가상자산을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수탁업체 등의 가상자산사업자는 새로운 종류의 금융사업자이기 때문에 포털, 오픈마켓 등의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달리 기존의 금융회사에 준하는 사전규제와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환경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규제와 신의성실한 이행 그리고 RBA에 입각한 감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고객에게 신뢰를 확보는 것이 선결되어야 가상자산사업자와 가상자산업계의 지속가능한 정착과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명계정 발급 주체를 감독당국 및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와의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업권법을 신설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취해지면 주민등록제도와 금융실명제 위에 선진 실명계정 법령을 기반하여 우수한 레그테크·섭테크 기술을 접목하여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쌓아 K-Compliance 수출국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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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수
judejung@globalr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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