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日보다 韓 먼저"…바이든, '반도체 동맹' 강화 최우선

김도현
- 바이든 대통령, 방한 즉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行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우선 역대 정부 출범 후 가장 빠르게 성사된 양국 대통령의 만남이다. ▲문재인(51일) ▲이명박(54일) ▲박근혜(71일) ▲노무현(79일)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나 윤 대통령은 11일 만이다.

두 나라 간 정상회담 첫 순방지가 미국이 아닌 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청사로 이전한 뒤 갖는 첫 공식 외교 행사라는 점 등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 왔다는 부분이다. 통상 미국 정상이 동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이는 ‘반도체 퍼스트’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가 있는 국가다. 반도체 산업에서 힘이 약해진 일본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장기간 부족 사태가 이어진 반도체는 전략 무기화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주요국에서는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기업 본국 회귀)’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신공장을 유치하면서 유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기업에 520억달러(약 67조원) 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도 진행 중이다. 화웨이와 SMIC 등 현지 대형 기업에 직간접직인 제재를 가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한데다, 이를 쓰는 업체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회사와 거래를 끊게 했다. 삼성전자, 애플과 스마트폰 선두자리를 다투던 화웨이는 TSMC와 교류가 사라지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첨단 공정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에 ‘반도체 4국 동맹’ 결성을 제안하면서 노골적으로 중국 따돌리기에 나섰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 40~50%를 차지하고 대형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3국으로서는 미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외국 정상이 특정 업체 사업장을 찾은 건은 이례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창립 이래 최대 이벤트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반도체를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중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임을 고려하면 골치가 아픈 사안이다. 수익 창출이 최우선인 기업이 가장 큰 시장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우회적으로 한국과 삼성전자에 대한 협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과 반도체 동맹이 굳건해지는 만큼 미국의 요구는 많아질 것이고 중국과의 관계도 해결과제”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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