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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2] 게임사 정년퇴직, 가능하긴 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따라 이직과 전배를 밥 먹듯이 하는 게임업계 특성상 정년퇴직은 꿈도 꿔보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년퇴직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백영진 코빗 기술연구원은 10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2022’ 내 발표 세션 ‘게임회사 정년퇴직하기-정년퇴직 가능하긴 한가요?’을 통해 “누구나 능력이 되면 팀장, 파트장이 될 수 있고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시 팀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 발전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영진 연구원은 네오플에서 16년4개월간 근무를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한 인물이다. 당시 게임업계 최초 정년 퇴직자로 알려지며 업계 후배들에게 큰 지지를 받는 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백 연구원은 유년시절부터 컴퓨터와 관련된 직업을 운명처럼 느꼈다고 한다. 다만 성적 때문에 컴퓨터공학과 등으로의 진학을 하지 못하고, 농과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하게 됐다.

구로공단 내 어느 공장에서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꿈을 놓을 순 없었다. 그는 무작정 애플 컴퓨터를 사 롬에서 돌아가는 베이직을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경험한 컴퓨터 지식을 갖고 컴퓨터 학원에서 강사 일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내가 만든 게임을 유저들이 재밌게 즐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이 마흔, 게임업계에 입성했다. IMF 이후 2000년 당시에는 정보기술(IT) 인력이 부족해 프로그래머라면 취업이 어렵지 않게 되던 때였다.

백 연구원은 “초기에 들어간 기업들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입사했던 게임사가 망하기도 했고, 쫓기듯이 나오기도 했다”며 “그러다 직장 동료였던 친구 추천으로 네오플에 이력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서버를 혼자 개발하기도 하고, 주 단위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물론, 이 회사생활은 계속해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네오플에서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백 연구원은 “네오플에서 팀원에서 파트장을 거쳐 팀장직에 올랐다가 다시 팀원으로 돌아갔다”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쌓이면서 부정적인 여론까지 생겼지만, 다시 함께 호흡하며 오해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능력이 되면 팀장, 파트장이 될 수 있고,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팀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 발전하는 조직이다”라며 “여러분은 무슨 팀장, 무슨 실장, 무슨 파트장을 떠나 어떤 ‘님’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MZ(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방법으로는 본인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새롭게 채워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로서 빠르게 변하는 게임 트렌드에 적응하는 방법으로는 “관심 있는 트렌드를 습작해보는 것도 좋다”며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을 익히고 통달하면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해 새로운 프로젝트는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한 백 연구원은 최근 제2의 인생 마라톤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서 시작했다. 게임업계에서 배운 서버 지식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서버에 적용 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같은 업계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요즘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 연구원은 영화 빠삐용을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쳤다. 그는 “영화 주인공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에도, 수십 미터 절벽 아래 바다로 야자수 뗏목과 함께 뛰어든다”면서 “용기 있는 자만이 자유를 얻게 된다. 비록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인생이라는 시간과 맞바꾸는 일은 성공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며 말을 맺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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