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제동 걸린 배달앱, 지금은 내실 다질 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배달앱 이용자 수가 감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약 3532만명에서 5월 3209만명으로 10% 가량 줄었다. 매년 급격히 커지던 배달 시장이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일상생활의 변화다. 따뜻해진 날씨와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억눌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대급부에 있는 배달앱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졌다. 단 배달업계는 현재 상황을 마냥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지난 2년간 배달앱은 이미 ‘일상 앱’으로 자리 잡은 만큼, 계절적 비수기 등이 지나면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달앱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 업종으로 꼽히지만, 사실 업계에선 너무 급격히 성장한 탓에 부작용이 많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배달앱 시장이 커왔던 만큼 오히려 속도가 이같이 빠르지 않았다면 보다 건강한 배달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까지 배달앱 시장에서 주요 화두는 배달 라이더들 급여였다. 배달주문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배달앱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프로모션·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쏟은 결과다. 여기에 단건배달까지 등장하며 기업들은 적자를 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외형을 확장하는데 치중했다. 배달앱이 프로모션 경쟁에만 집중하면서 이들이 이룬 정보기술(IT) 혁신은 가려졌다.

직접 식당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배달앱 출혈경쟁은 현재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성장세가 둔화한 이 시점을 ‘정상화’ 단계로 표현한다. 이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 필요성이 높아졌다. 숨 고르기가 가능해진 이때 내실을 다지는 게 급선무다.

흐름에 발맞춰 한쪽에서 로봇 연구를 하던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 대상으로 서빙로봇을 렌탈·구매 상품으로 판매한다.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자영업자일지라도 편리한 외식 환경을 위해 배달의민족 상품(로봇)을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자영업자도 소비자도 일상 곳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됐다.

서빙로봇 이전에도 소비자들이 편리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건 기술혁신이 기반이 됐다. 초밥·카페부터 화장품·꽃바구니까지 배달주문을 하고 매장에 전화통화 없이 포장 시간을 예약해 찾으러 갈 수 있게 된 것, 나아가 인공지능(AI) 모니터링으로 건강한 리뷰 문화가 조성된 것 역시 배달앱이 일궈낸 성과다.

이제 배달앱은 거스를 수 없는 일상 서비스 중 하나가 됐다. 다만 이젠 “과거엔 짜장면을 그냥 배달해줬는데 지금은 왜 배달비를 받느냐”는 지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그 방법은 얼마나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단순배달이 아닌 IT기업으로서 내실을 다져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가야 한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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