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물가 시대 ‘합리적 소비’ 주목…온·오프 유통업계 ‘진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대감도 잠시,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치솟는 물가에 긴장하고 있다.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장보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대형마트는 물론 이커머스 업체들도 ‘생활·밥상물가’ 잡기에 나섰다. 방법은 다양하다. 마진을 일부 줄이더라도 초저가 상품이나 할인 행사 등의 혜택을 선보이는가 하면, 합리적 소비를 위해 리퍼·반품 상품 범위를 크게 확대하기도 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4%로 2008년 8월(5.6%) 후 가장 높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거세진 물가상승 압력에 서민들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식비가 대표적이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4인 가구가 지출한 식비는 월평균 106만6902원으로 110만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97만2286원) 9.7% 증가한 수준이다.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상승 폭이 클수록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강도는 더 높아진다. 국제 유가 상승과 원자재·국제 곡물가 급등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준 셈이다. 이에 따라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도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강성현 대표 주도로 운영되는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상품별 가격을 관리하는 프라이싱팀을 강화했다. 물가안정TF가 물가상승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는 조직이라면, 프라이싱팀은 신선·가공식품부터 주방용품까지 매출상위 생필품 500여종 가격을 집중 관리한다.
상품별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직매입·직경매, 장기간 저장기술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했다. 가령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수확한 사과 600톤을 지난 5월부터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는 5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온습도와 공기상태를 조절해 수확 당시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평균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판매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미리 가격 상승을 예측해 생선회·삼겹살 등을 대량 사전계약하고 최근 할인 행사를 실시하며 매출을 높이고 있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는 연초부터 올해 5월경 국내 삼겹살 가격이 100g당 4000원이 넘을 것을 예상하고, 캐나다 업체와 협의 끝에 전년대비 3배 가량 늘린 80톤 물량을 선점했다”며 “축산 바이어들은 한우 가격 절감을 위해 경매장 직접 구매로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오아시스마켓은 고물가 시대에도 불구, 농축산물을 최대 76% 할인하는 기획전을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대한민국 농할갑시다’ 사업 일환이다.

대표 상품으론 ▲초당옥수수 ▲수박 ▲오이 ▲미박목살 등을 준비했다. 더불어 필수 장보기 상품인 쌀·잡곡 등 양곡류와 최근 가격이 급등한 한돈·한우 등 축산물 위주로 할인 품목 수를 평소 200여개에서 500개로 확대했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대상으로 최저가 제공을 위해 우선 마진을 줄였고, aT와 같이 행사를 준비하며 확보한 사업비 역시 쿠폰 등 최저가를 맞추는데 적용했다”며 “정부에서 물가안정 정책을 펼치는 흐름에 부응해 기획전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티몬도 지난 4월 알뜰쇼핑TF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5월 알뜰쇼핑 매장을 새롭게 개편했다. 알뜰쇼핑 탭에선 사용에 문제가 없는 제품이지만 다양한 이유와 사연으로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들을 티몬 MD들이 엄선해 소개한다.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를 위해 전시상품이나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판매 기한이 임박한 상품 등을 모아 소개한다는 취지다. 이전에도 반품·리퍼 상품을 판매하긴 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상품을 소싱하고 카테고리 범위를 넓혔다는 게 개편 후 달라진 점이다.

티몬에 따르면 알뜰쇼핑 매장 5월 매출은 전월대비 약 3배 상승했다. 상품군 별로는 식품(307%)과 뷰티(412%), 리빙(990%) 상품이 모두 증가했다. 티몬 측은 “초가성비 제품에 대한 반응이 품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 높아진 물가에 대한 고객 부담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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