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격전지 된 알뜰폰 시장…토스 전략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금융 플랫폼 토스가 알뜰폰(MVN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토스에 앞서 KB국민은행이 먼저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은행권과 핀테크 간 경쟁이 알뜰폰 사업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알뜰폰 업계가 KB국민은행에 대해 강하게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토스는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가 관전포인트다.
◆9월 토스앱에서 알뜰폰 서비스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빠르면 오는 9월 알뜰폰 사업을 본격화한다. 알뜰폰 시장 진입을 위해 토스는 최근 중소 알뜰폰 사업자인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토스는 자사앱을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요금제 검색부터 개통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앱을 개편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미 앱에서 제공 중인 기능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앱내에서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요금 납부와 납부내역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토스인증서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사측은 보고 있다. 본인확인기관과 전자서명인증 사업자 지위를 모두 보유한 사업자인 토스는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 토스인증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토스인증서를 통해 알뜰폰 가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토스 장민영 사업전략리드는 “토스가 금융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사회적 효용을 만들어낸 것처럼 알뜰폰 가입 고객의 불편함 해소와 토스 고객의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리브엠과 다르다…“후불폰 시장 공략”
금융권 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토스에 앞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을 선보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은 계좌 중심의 연결 서비스다. 계좌를 통해서 다양한 연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에 들어간 원가 대비 이익이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알뜰폰도 그런 연결 서비스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토스 역시 최근 금융부문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떨어진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 확장을 통해 이용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에 대한 동종업계의 반발심은 높아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도매대가 이하의 덤핑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 제공 등으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리브엠의 알뜰폰 사업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금융권 기업인 토스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토스는 중소 업체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알뜰폰 사업을 전개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판매하는 등의 출혈 경쟁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주로 선불폰을 판매하는 중소업체들과 달리 후불폰 위주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국민은행 경쟁구도…우려의 시선도
알뜰폰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의 진입으로 통신3사 자회사 중심의 알뜰폰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는 경우 과반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과 관련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토스가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자사 이용자의 편익 증진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마케팅을 펼쳐온 KB국민은행과 다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토스와 KB국민은행 간 경쟁구도가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알뜰폰업계관계자는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KB국민은행이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에 이어 비금융영역까지 핀테크기업이 치고 들어온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생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토스 진출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토스의 주 고객층인 2030세대는 현재 알뜰폰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은 토스에 가입자를 뺏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신민수 교수는 “현재 많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콜서비스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있다. 도매대가 인하에 따른 요금 인하말고는 부가서비스 등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대부분의 고객이 KB리브엠이나 토스로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비통신사업자의 알뜰폰 진출로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금융통신 융합 등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라면서도 "리브엠 등 최근 문제시되는 자본력 기반 과도한 경품과 프로모션 가이드라인은 확실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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